인구 증감·경제 상황 등 생명의 가치에 큰 영향
[Cover Story] 윤리와 원칙은 사회·경제 환경따라 바뀐다
지하철 기관사가 가끔 정신을 잃는 질병에 걸렸다면 의사는 기관사가 고용주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걸 원치 않아도 알려야 할까?

전쟁 중에 화약 등 군수물품을 생산하는 적국의 공장이 시내 중심가에 있을 때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는 데도 폭격을 해야 할까,하지 말아야 할까?

현실에서는 이와 같이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안락사,낙태 등 생명과 관련된 문제는 더욱 그렇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 학문을 규범 윤리학 또는 실천 윤리학이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안락사에 대해 논의됐던 두 가지 이론만 살펴보자.

안락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논의되는 것은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 논쟁이다.

1950년대 안락사 반대자 중 한 사람이었던 요크의 대주교는 "일단 우리가 안락사의 합법화를 허락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미끄러운 경사면에 발을 들여놓는 격이 된다"고 밝혔다.

A(안락사)가 선택될 경우 B(적용범위 확장)와 C(유사성의 정당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몇몇 경우에 의료적으로 도움을 받는 죽음이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하다 하더라도 실제로 우리는 허용 가능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적용범위가 점차 확장돼 나중엔 도저히 허용하면 안되는 죽음이나 자살,경제적 이유로 환자가 원하는 안락사까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안락사의 부작용에 대한 주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화투를 친다고 해서 도박의 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없고,맥주를 한 잔 마셨다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생명존중 원칙과 '미끄러운 경사면'의 논리가 힘을 발휘하고 있어 대부분 국가들이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이중결과의 원리'(the principle of double effect)다.

만일 진통제 과다 투여와 같은 육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을 덜기 위한 도구가 환자에게 죽음을 야기했을 때 의사가 환자를 죽이려는 의도가 아닌 한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중 결과의 원리'는 보통 의사조력 자살을 안락사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