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오늘 거행된다. 김해 봉하마을 발인제 이후 서울 경복궁 앞뜰 영결식,시청앞 서울광장 노제,수원 연화장에서의 화장절차를 거쳐 다시 그가 태어난 봉하마을로 되돌아가면서 영원한 안식의 길을 떠나게 된다. 온 국민이 애도하는 마음을 모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어느 때보다 엄숙하며 경건하게 송별하는 의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추모기간중 봉하마을 조문객만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고인이 평소 보여준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풍모에 대한 아쉬움,그의 비극적인 최후에 대한 안타까움이 국민들 가슴에 그만큼 크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고인의 평안한 영면(永眠)을 기원하는 마음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고인은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를 통해 용서와 화해,통합을 강조했다. 그의 생전 정치역정도 지역분열 구도의 타파를 위한 투쟁과 노력으로 일관됐다. 남아있는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국민 모두가 다시 한번 그 뜻을 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해소와 분열극복을 위해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것이 그의 유지를 되살리는 길이다.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통합과 화해로 승화시켜 나가는 것,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자 고인의 진정한 바람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고인의 서거를 둘러싼 책임론과 관련자 문책론이 나오면서 여당과 야당이 대립각을 세우는 등 정쟁으로 비화될 조짐이고,일부 사회단체도 국민장을 계기로 고인에 대한 추모열기를 대규모 반정부 집회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까지 정략의 도구로 삼는 이런 행태는 또다시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킴으로써 사회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무엇보다 고인이 남긴 고귀한 유지마저 훼손하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오늘 국민장은 고인의 유지와 국민적 애도의 의미를 되새기는 가운데 엄숙하고 차분하게 치러져야 한다. 진정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자세 또한 그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국민의 마음이 하나되어 분열과 반목(反目)의 해소,통합과 화해를 통해 보다 성숙한 사회로 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