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더이상 두고볼수 없어 북한 스스로 자초한 일”

반 “북한에 맞대응 하는건 불난집에 기름 붓는 격”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전면 참여를 선언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맞서 우리 정부가 PSI 전면 참여로 대응한 데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여당인 한나라당 쪽에서는 "지난달 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동안 남북 간 특수관계를 고려해 PSI 전면 참여 선언을 미뤄왔지만 핵실험까지 한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이번 조치를 반기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 북한정권의 위협에 굴복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방조해온 것도 모자라 그 확산 위기를 막으려는 국제적 노력마저 방해하려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런 사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민주당 쪽에서는 "PSI 참여는 북한 핵개발이나 대남 강경정책을 해소하지 못하며 오히려 긴장을 고조하는 빌미만 줄 뿐"이라며 지금처럼 예민한 시기에 PSI 참여를 선언한 정부의 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 없이 대결구도로 가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한다.

PSI는 세계적 차원에서 핵과 미사일,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다.

딱히 북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본연의 목적보다는 북한의 과잉반응과 남북관계의 악화 등을 우려해 그동안 전면 가입을 미뤄왔다.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을 해오고 있는데도 우리 내부에서 PSI 참여문제로 논란을 벌여야 하느냐는 점이다.

PSI 전면 참여 문제를 분석해 본다.

⊙ 찬성 측,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움직임에 동참해야"

PSI 전면 참여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남북관계를 원만히 풀기 위해 PSI 가입을 유보해 왔으나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더 이상 이를 미룰 수 없게 됐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PSI 전면 가입은 북한이 자초한 일이라는 얘기다.

PSI는 세계 94개국이 이미 참여한 반(反)테러 · 파괴 안전망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참여에 대해 북한이 시비를 걸 일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PSI 가입은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온힘을 기울이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PSI 가입을 또다시 주저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2차 핵실험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이 한국의 PSI 가입을 선전포고로 간주,즉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 반대 측, "북한에 맞대응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PSI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으름장에 맞서 우리 정부가 초강경 맞대응을 한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고 지적한다.

개성공단의 존폐 문제를 거론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PSI 전면 가입을 결정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납득하기 힘들다고 꼬집는다.

PSI에 전면 가입하더라도 영해 내에서는 2003년 남북 해운합의서를 적용하는 만큼 남북 간 무력충돌과 같은 극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주장 또한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남북 간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영해를 운항하는 북한 선박을 정선 · 검색할 경우 마찰이 일어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저지하려면 중국의 PSI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PSI 전면 참여는 대북 압박이라는 정치적 의미 외에는 기대할 게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PSI 가입은 지금처럼 참관인 수준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 북한 제재 위한 국제 공조체제 다지고 안보강화 방안 강구해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대량살상의 위협이 가시화된 만큼 우리 정부가 PSI 전면 참여로 대응한 것은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만하다.

더구나 PSI는 특정국에 대한 제재 수단이 아니라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을 미치는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행해야 할 국제적 의무라는 점에서 우리는 진작 PSI에 참여했어야 마땅하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북한이 헌신짝처럼 내던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과연 고수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비핵화가 불변의 대원칙이라면 PSI 참여는 소극적 조치에 불과하므로 보다 적극적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 위반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 공조체제를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핵우산과 미사일방어체계(MD) 등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과 서해 도발 가능성,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개성공단 운영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 Proliferation Security Inititive)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미사일)의 불법적인 거래를 통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간에 정보공유 훈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국제협력체다. 2003년 5월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폴란드 '크라코프선언'을 계기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서방 11개국의 발의로 출범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18호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뒤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것으로,군사적 강제조치를 제외한 외교적ㆍ경제적 재재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관련 품목과 일부 재래식 무기 및 사치품의 수출통제를 비롯 북한 WMD 프로그램 관련 자금 및 금융자산의 동결,관련 인사의 여행제한 및 화물검색 조치 등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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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5월28일자 A2면

북한이 27일 우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하기로 한 데 대해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도발을 예고,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전면 참가하는 것으로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을 침해하는 선전포고를 해왔다"며 "우리는 전시에 상응한 실제적인 행동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의 선박을 감히 정선시키거나 단속,검색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무자비하게 보복할 것"이라며 "조선반도 정세와 북남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전쟁위험 계선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주재로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엔 북한의 의도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관련 부처들이 냉철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군당국은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작전계획상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함정을 포함해 화력 등 다양한 대비 수단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며 "NLL 일원에서 북한의 다양한 도발 유형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구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식/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