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규제개혁위원회 · 관계장관 합동회의를 열어 경제위기 조기 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유예(猶豫)하는 등 총 280개의 규제개혁 대상과제를 확정했다. 당장 폐지하거나 완화하기는 어렵지만 경제 활성화와 서민생활 등에 부담이 되는 규제를 일정기간만이라도 중단 또는 완화해 보자는 취지다. 주로 창업 · 투자 애로요인 해소(91건), 영업활동 부담 경감(159건), 중소기업 · 서민 등의 어려움 해소(30건) 등 주로 3개 분야에 집중된 이번 규제유예제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않다.

정부가 이렇게 한시적 규제유예제를 들고 나온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최근 들어 경기급락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다는 분석이지만 설비투자 등 내수측면을 보면 우리 경제는 여전히 위기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만 기댈 게 아니라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실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민간의 자생적인 경기회복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보다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쳐도 현장에서는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규제개혁을 들고 나왔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논란 등 여러가지 요인들 때문에 좀체 개선(改善)되지 않고 있는 규제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정부가 한시적 규제유예제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적잖이 기대를 걸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정작 핵심 규제들은 많이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보전지역내 기존공장 증설시 건폐율 상향조정, 연접개발 제한 완화 등 단기간내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규제개선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노동규제라든지 수도권 입지 · 환경규제 등은 이번에 모두 제외됐기 때문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겠지만 그런 규제들이야말로 정말 한시적으로라도 규제완화를 해볼 만한 대상들이다. 정부는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말고 대폭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