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시대다. 옳고 그름의 절대적 기준이 통하지 않는다. 진리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상대적 개념으로 넘어갔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던 글로벌 기업이 맥없이 쓰러지는 시대에 과연 어떤 것을 잘하는 경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이 없다고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건 아니다. 틀린 것은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TV가 시장에 나와 잘 팔리기 전까지는 누구라도 '옳은 디자인'을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해외제품을 베꼈거나 TV 본연의 기능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안 팔린다.

성공 가도를 달려온 경영자 가운데도 "요즘 같아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과거의 경험이 통하지 않고, 이제까지 승률이 좋았던 각종 경영 방법론이 잘 먹히지 않는단다. 하기야 예상치도 못한 변수가 최근만 봐도 얼마나 많은가. 특히 경쟁 속에서 빨리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성공적인 기업 조차 방향감각을 자주 잃는다.

전문 기업으로 잘 성장해오다, 갑자기 인수합병(M&A) 기회가 생겨 전혀 관련없는 회사를 갖게 돼 재벌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게 된 회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어떤 회사는 소재산업만 하다가 금융업에 진출하게 돼 이전 고참들과는 생김새부터 다른 신입사원들을 뽑아야 한다. 약한 기업은 파도에 휩쓸려 떠다니고 파도를 피한 괜찮은 기업도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 됐다.

회사의 방향은 경영자가 잡고, 그 경영자가 갈 길은 '경영 원칙'이라는 등대가 알려준다. 거창할 것도 없다. "버는 것보다 절대 많이 쓰지 않는다" 정도면 훌륭한 원칙이 될 수 있다. 100년 역사를 축적한 경영이론은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온 수많은 혁신가들의 고독한 항해 기록이다. 그런 만큼 회사가 키워온 경영 원칙을 다시 돌아보고, 없으면 여러가지를 참조해 새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경영의 원칙을 재검검하기에 도움이 되는 사례 하나를 보자. 100년쯤 왕성하게 활동한 프랑스의 경영이론가 앙리 파욜(1841~1925년)이란 사람이 주장한 '경영의 14원칙'이다. 전문화의 원칙,권한 및 책임의 원칙,규율의 원칙,명령 일원화의 원칙,지휘 통일의 원칙,전체 이익 우선의 원칙,적정 보상의 원칙,집권화의 원칙,계층화의 원칙,질서 유지의 원칙,공정성의 원칙,고용안정의 원칙,자발성의 원칙,단결의 원칙 등이 골자다.

일반적인 말로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회사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경영자는 직원들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사내에 명령과 지휘 체계를 정착시켜 직원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규율을 세워야 한다. 종업원들에게 공정하고 적정한 보상을 해줌으로써 스스로 일하게 해야 한다. 경영자의 뜻과 종업원들의 노력이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이 정도면 정답은 아니라도 틀리지 않는 경영 원칙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내외의 구조조정 압박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분위기다. 미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나오기 시작했다. 외부의 정보도 중요하지만 경영의 원칙이라는 등대를 만들어 전 직원의 노력을 결집시키는 조치가 긴요한 시점이다.

권영설 한경 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