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를 몰고 제가 그 쪽 과천으로 가겠습니다. 한번 보시면 아실 겁니다. "

지난 26일 오전 찾아간 경기 하남시 레오모터스 연구소에서 전기자동차 법규 정비와 관련해 국토해양부 관계자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던 이정용 사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지난 4월 말 기아자동차 모닝을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최고 시속 160㎞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로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 곧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금 레오모터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과 극이다. '믿을 수 없다'는 쪽과 '대단한 성과'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레오모터스가 최근 내놓은 성과들이 그만큼 폭발력이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레오모터스가 개발한 파워트레인은 고속 전기차용 60㎾급으로 미국의 AC프로펄션,일본 미쓰비시에 이어 세 번째다. 고속 전기차를 표방한 제품으로는 국내 처음이다. 파워트레인은 전기모터,리튬폴리머 배터리 파워팩,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고성능 컨트롤러 등으로 이뤄진 장치로 기존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 역할을 한다.

이에 반해 CT&T 등이 개발,양산하고 있는 전기차는 골프카트용 또는 공장 내 이동용 등으로 쓰이는 저속 차량으로 현재 법규에서는 도로 주행을 할 수 없다. 엄밀히 따지면 자동차라고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승을 해봤다. 가속 페달을 밟자 시속 100㎞를 훌쩍 넘긴 모닝 전기차는 금세 차량 한 대를 제쳤다. 언덕길도 숨가쁜 기색 없이 올랐다.

이 사장은 "한 번 충전하면 200㎞가량 주행할 수 있고,배터리는 4000회까지 충전 가능하다"며 "충전량이 바닥에 다다를 때까지 속도 등 모든 면에서 100% 충전할 때와 동일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마무리 작업 중에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프로젝트 역시 성공할 경우 상당한 파급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장은 "얼마 전에 USA투데이에서 취재를 다녀갔고,미국 하버드대 한국인 동문이 레오모터스의 주주"라며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이라고 무시해서 그렇지 해외에선 이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레오모터스 경영진의 면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 사장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부터 그린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북한 평화자동차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자금 문제로 고민하던 그에게 작년 2월에는 글로벌 이벤트 업체인 홍콩 피코그룹의 북아시아 사장을 지낸 강시철 회장이 합류했다. 여기에 현대 · 기아차 디자인연구소 상무와 이노션월드와이드 대표를 역임한 김영일 부회장까지 가세했다.

이 사장은 레오모터스를 나이키 같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연구 · 개발(R&D)과 마케팅 기능만 유지하고 차량 양산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아웃소싱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사업의 큰 축"이라고 말했다.

하남(경기)=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