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을 거듭하던 글로벌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쳤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비 심리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창고에 묵혀 뒀던 재고들이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자금 사정도 한층 원활해졌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 흐름에 '한 고비를 넘겼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이런 움직임을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내놓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기업 CFO(최고재무책임자)에게 던지는 10가지 질문'이란 보고서에서다. 오히려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라며 "CFO 등 최고경영층의 두통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맥킨지의 주장이다. 맥킨지는 "앞으로 1년여간 내려질 의사 결정이 기업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며 "기회와 위기 요인이 각각 무엇인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뒤끝을 서둘러 예측하라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를 가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에 맞춰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경기가 1년 후에는 예년 수준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지만 경기가 잠시 회복된 뒤 다시 침체가 시작되는 'W'자형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침체가 장기화되는 'L'자형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물론 경기를 족집게처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자신의 업황이 어떻게 될지는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 흐름을 예측한다면 경쟁사를 단번에 따돌릴 전략도 마련할 수 있다.

구조조정을 충분히 했는지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불경기는 구조조정의 최적기다. 평소 같으면 인력을 줄이거나 사업부를 없애는 데 강하게 반발했을 노조나 거래처들도 경기 침체기에는 '순한 양'이 된다. 최고경영진이라면 경기가 회복되기 전에 추가 구조조정을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구조조정의 기회가 사라진다.

인력 등을 과도하게 줄인 기업들 중 일부는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상품 주문이 곤혹스러울 수 있다. 인력과 인프라 부족으로 제때 물건을 대지 못하거나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해서다.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어렵게 구축한 저비용 구조를 포기하면서까지 인력을 더 뽑아 경기 침체기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까. 맥킨지는 "사람을 더 뽑고 비용을 더 들이는 것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며 "작업 공정 전반에 걸쳐 효율성을 추가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금 사정을 다시 점검하라

경기 회복기를 맞아 공격적인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자금 사정을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큰돈이 필요한 인수 · 합병(M&A) 계획이 없다 하더라도 돈 들어갈 곳은 한두 곳이 아니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을 확대하는 데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경기 침체의 그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채 발행이나 증시를 통한 증자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적이 나쁜 사업을 매각하는 작업도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바뀌면서 실적이 고꾸라진 사업들도 매각 후보군에 올려 둬야 한다. 매각의 적기는 경기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지금이다.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려는 기업들이 많아 매각 작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사업 매각은 호경기를 대비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기업 미래를 책임 질 스타급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호기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최근 헤드헌팅 시장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나와 있다.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들이 워낙 많았던 탓이다. 맥킨지 관계자는 "과거의 사례를 보면 경기 침체 때 우수한 인적 자원을 많이 확보한 기업들이 호경기 때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직원들의 역량이 부족한 분야가 어디인지를 파악한 뒤 구체적인 인적자원 확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빨리 결정하고 신속히 움직여라

기업 M&A건,신사업 진출이건 이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의사 결정과 행동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경기 회복기에는 주가가 오르는 속도가 펀더멘털 회복 속도보다 빠르다. 경기가 회복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나타날 때쯤에는 M&A 시장 매물들의 가격이 껑충 뛰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략적 제휴에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 기업 경영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면 과거 추진했다가 중단했던 제휴의 재추진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 자칫하면 경쟁자들에게 점찍어 뒀던 파트너를 빼앗길 수 있다.

투자자들을 겨냥한 명쾌한 논리의 경기 회복기 전략을 마련하는 작업도 수행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M&A,제휴 확대,사업 구조조정 등 경기 회복기를 겨냥한 다양한 실험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