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근 서울지역 도시계획사업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서울시 공무원 23명을 무더기로 적발,이 중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 공무원은 부동산 투기업자와 짜고 일명 '철거민 딱지'로 불리는 아파트 입주권을 받게 해주는 대신 수천만~수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았다. 여기에는 담당 공무원뿐만 아니라 전문브로커,시의원,주택공사 직원,지역신문 기자까지 조직적으로 참여해 충격을 줬다.

검찰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비리는 모두 6급 이하 실무직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4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들은 대부분 부하 직원의 이 같은 비리를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위 · 아래가 분명한 관료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민선 지방자치시대 이후 서울시와 각 자치구 간 인사 교류가 거의 끊어지다시피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나마 5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들은 간간이 순환 근무가 이뤄지고 있지만 6급 이하 실무직은 10년 이상 한 곳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즉 실무직 공무원들이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법망의 허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게 되는 데다 이들을 관리해야 할 고위직은 수시로 바뀌어 감시 · 감독은커녕 업무 파악조차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분야인 건축이나 토목 등 기술직 공무원들의 경우 승진 기회가 행정직에 비해 적어 검은 유혹에 상대적으로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국가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정부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서울시가 1위를 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올 들어 서울시나 자치구 공무원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공무원들의 윤리의식 부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시는 본청만 9000여명,자치구 · 산하기관까지 포함해서 무려 1만5000여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인사 시스템의 개선이 없이는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

6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들의 서울시-자치구,자치구-자치구 간 인사 교류를 합리적인 범위에서 확대해 보다 다양한 업무 기회를 부여한다면 지금과 같은 비리를 상당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호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