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서울시 복마전 못깨는 이유
검찰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비리는 모두 6급 이하 실무직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4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들은 대부분 부하 직원의 이 같은 비리를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위 · 아래가 분명한 관료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민선 지방자치시대 이후 서울시와 각 자치구 간 인사 교류가 거의 끊어지다시피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나마 5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들은 간간이 순환 근무가 이뤄지고 있지만 6급 이하 실무직은 10년 이상 한 곳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즉 실무직 공무원들이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법망의 허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게 되는 데다 이들을 관리해야 할 고위직은 수시로 바뀌어 감시 · 감독은커녕 업무 파악조차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분야인 건축이나 토목 등 기술직 공무원들의 경우 승진 기회가 행정직에 비해 적어 검은 유혹에 상대적으로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국가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정부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서울시가 1위를 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올 들어 서울시나 자치구 공무원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공무원들의 윤리의식 부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시는 본청만 9000여명,자치구 · 산하기관까지 포함해서 무려 1만5000여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인사 시스템의 개선이 없이는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
6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들의 서울시-자치구,자치구-자치구 간 인사 교류를 합리적인 범위에서 확대해 보다 다양한 업무 기회를 부여한다면 지금과 같은 비리를 상당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호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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