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


5월의 장미가 담장을 치장하고 있다. 장미는 선홍색 꽃에 비해 보잘것 없는 줄기를 갖고 있다.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인의 관조를 빌리면 태풍속 일엽편주 같은 신세가 멋진 꽃 색깔을 만든 비밀 코드다. 토라지고,질투하면서 사랑을 키운 아련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분루를 흘리면서,가슴을 치면서 투지를 키우지 않았던가. 바람아 불어라,비야 내려라.햇빛만 쳐다보던 나를 채찍질해다오.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울 수 있도록….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