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류 명인들이 만든 전통상품 매장을 갖춰야 고급 백화점이다. '

백화점들이 VIP 고객을 끌기 위한 새 키워드로 '작가주의 전통상품'이 떠오르고 있다. 공방이나 갤러리,전문숍 등에서나 볼 수 있던 전통공예 작가나 무형문화재들이 만든 도자기,방짜유기(놋그릇),목가구,반상기 등 전통상품 매장을 백화점에 유치하는 것이다. 전통 명품에 대한 VIP 고객들의 관심이 커졌고 고급 이미지를 심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루이비통,샤넬 등 특급 명품 부티크('1.0 매장') 유치,차별화된 수입명품 편집숍('2.0 매장') 경쟁을 벌인 데 이어,이제는 희소가치와 작품성을 지닌 전통명품의 '3.0 매장'으로 각축을 벌이는 것이다.

전통상품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백화점.압구정 본점 지하 1층에 2007년 '고덕우 도자기' 매장을 연 데 이어 올 3월에는 무역센터점에 2호점을 냈다. 전통 칠보공예품 '채율'은 지난해 무역센터점에 이어 지난달 본점에도 매장을 냈다.

'고덕우 도자기'는 경남 양산의 공예가 고덕우씨가 하루 5~6개 세트만 만드는데,'나만의 작품'을 찾는 고객들 사이에 작품성이 입소문을 탔다. 구매 고객의 80% 이상이 현대백화점의 VVIP(초우량 고객)인 '쟈스민' 회원들이어서 매출 효과가 높다는 게 백화점 측 분석이다. 가격은 찻잔 하나에 10만원대,항아리는 385만원에 달한다. 또 '채율'은 무형문화재 권우범,손태현씨 등이 은(銀)에 전통 금속공예 기법인 칠보로 동양적 미를 표현한 수공예품.가격은 찻잔세트가 298만~380만원,장식장이 2000만원을 넘는데도 찾는 사람이 많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의 인테리어 매장에 전주시 무형문화재 조석진옹이 직접 만든 전통 목가구 '온'을 들여왔다. 서랍장,사방탁자 등이 각각 2000만원대를 호가한다. 또 2007년부터 본점 · 잠실점에서만 취급하던 '이봉주 방짜유기' 판매점을 강남점 · 영등포점 등 10개 점포로 확대했고,포항점에는 '방짜유기 특화 매장'도 냈다. 대표상품은 '삼족오 칠첩 반상기 세트'(28개 · 245만원).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8월 충무로 본점의 생활도자기 편집매장 '한국의 미'를 통해 이윤신,이인진,이수종,고희숙,이헌정 등 공예가들의 도자기,목기,유기 등을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10만원대부터 10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다음 달에는 전통 옷칠 장인인 오평숙씨를 초청해 VIP고객 초대회를 진행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