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자본확충을 위해 하이브리드채권과 후순위채 등 고금리 채권 발행에 나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들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대에 불과하지만 후순위채권의 경우 적게는 연 5% 후반대에서 저축은행의 경우 8%대까지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길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투자자의 경우에는 고금리로 확정되는 후순위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다만 금융회사가 파산했을 때에는 상환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린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하이브리드채권을 판매한다. 7000억원 한도로 판매되며 금리는 연 5.95%다. 하이브리드채권은 일반 채권처럼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한 신종자본증권이다. 신한은행은 5년 후에 중도상환을 할 수 있는 콜옵션을 걸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5년 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 채권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했다. 신한은행은 내달 말께 추가로 3000억원 한도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농협은 지난 21일부터 7000억원 한도의 후순위채권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최소 1000만원 이상 100만원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며 이자는 연 5.9%다. 만기는 6년이며 3개월마다 이자를 받는 이표채와 3개월 복리로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받는 복리채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밖에 우리은행도 다음 달 중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판매를 준비 중이며 한국씨티은행과 수협은행 등도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행권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올해 초 판매됐던 후순위채(연 8%대)에 비해 금리가 낮지만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농협의 후순위채는 판매 첫날인 21일에만 1900억원어치나 팔려나갔다. 지난달 판매한 국민은행의 후순위채는 1조원어치가 일주일 만에 동나기도 했다.

저축은행들도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적이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연 8%에 달하는 고금리를 제공해 최근 꽤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한국저축은행이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에 517억원의 청약 자금이 몰려 1.6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스위스 저축은행이 지난 11일 발행한 300억원의 후순위채에도 총 517억원의 자금이 모집돼 올 들어 최고 높은 1.7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기저축은행도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연 8.5%의 후순위채권을 15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만기는 5년3개월이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회사 신용도가 떨어져 투자 위험도가 다소 높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채권은 예 · 적금과는 달리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후순위채에 대해 "투자의 기간분산 차원에서 꼭 편입시켜야 하는 자산"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탁현심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확정금리를 선택할 때에는 물가상승률을 따져봐야 하는데 평균적인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연 5% 후반대의 금리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탁 팀장은 또 "2000년 이후 연도별 예금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3~5% 정도"라며 "올해 초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현재 은행권의 후순위채 금리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강남 대치 PB센터의 김진기 팀장도 "앞으로 한국이 5%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예금금리도 6~7%까지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자금 중 일부는 후순위채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신용도와 앞으로의 자금 소요계획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후순위채 가입시 무기명 채권식을 선택하면 개인 간 거래를 통해 만기 전에 현금화가 가능하지만 직접 매수자를 찾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