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가 21일 '무기한'을 선언하며 총파업에 돌입,쌍용차 회생 전선이 난기류에 빠져들게 됐다. 22일로 예정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제1차 관계인 집회를 하루 앞둔 집단 행동이어서 파장이 더욱 크다. 쌍용차 관계자는 "관계인 집회 직전에 돌발적으로 전면파업을 선언해 당황스럽다"며 "불법 파업이기 때문에 직장폐쇄 등으로 엄정 대처하는 한편 관계인 집회 때 이해 관계자들을 잘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산' 시나리오 현실화되나

노조 파업으로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의 연쇄 파업으로 기업이 파산절차를 밟은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번 사태는 쌍용차 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쌍용차 노조의 이번 총파업은 법원과 채권단에 사측 구조조정이 난항에 부닥쳤다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 법원과 채권단은 성공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쌍용차 회생의 첫 번째 선결조건으로 꼽아왔다. 법원은 최근 삼일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쌍용차 존속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인력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힘을 합쳐 생산성을 높이고 판매 확대방안을 찾아도 회생이 불투명한 마당에 노조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이번 파업을 계기로 채권단이 청산 결정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야간근무 재개도 거부

쌍용차 노조는 이달 중 일부 공장의 야간근무를 재개하자는 사측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상균 쌍용차 지부장은 노조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카이런과 액티언 등을 조립하는 평택 3라인은 디젤차 세금 감면 등 특수(特需)가 있어 사측이 이달 6일부터 한 달간 야간 근무를 하자고 했지만 거부했다"며 "정리해고를 하겠다면서 뒤에선 주야간 근무를 하자는 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자동차산업 활성화 조치 시행에 따라 신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측이 생산량 확대를 추진했지만 노조가 반대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갑자기 생산량을 늘리자는 것은 파업에 대비해 재고물량을 쌓아두려는 전략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당초 이달 5000대를 만들 계획이었지만,지금까지 1800대만을 생산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각종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를 단행,집회 불참자 300여 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협력업체 50여곳 잇따라 휴업

쌍용차 1차 협력업체 250여개사 중 쌍용차 납품비중이 높은 50여 곳은 22일부터 설비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판매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협력업체들은 이번 총파업으로 또다시 연쇄부도 위기에 놓이게 됐다.

최병훈 쌍용차협동회채권단 사무총장은 "2~3주 동안 직장폐쇄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여러 회사들이 22일부터 휴무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다른 완성차업체들은 정부의 세제혜택으로 판매가 급증했다고 하는데,쌍용차만 최악의 위기"라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은 이미 상당수 직원들을 내보내고 임금을 깎아 겨우 연명하고 있는데 대기업 노조가 한 명도 구조조정할 수 없다며 버티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쌍용차 채권단 등 이해 관계자들은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별관 청사에서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 집회를 연다. 회사 측은 유휴인력 2646명 중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수는 1000여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