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툭하면 약속 깨는 북한…경제협력 가능한가?
"우리식대로 살아 나가자."

가끔 TV 화면에 등장하는 북한 지역 곳곳에서 이 같은 구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80년대 말 생겨난 이 구호는 북한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몰락한 후 북한은 불가피하게 자립의 길로 내몰렸다.

1990년대 이후 본격화한 세계화의 큰 물결이 흐르고 있으나 북한은 폐쇄적인 통제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등을 추진했지만 북한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민간 교류와 경제 협력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2002년 서해교전이 발생했고 금강산 관광이 여러 번 중단되기도 했다.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고 미사일 등 무기 수출도 계속하고 있다.

6자회담 등 다른 나라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여전히 막무가내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 넘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도 마찬가지다.

토지 임대료와 사용료,임금 등을 무작정 올려 달라는 것인데 이미 계약한 내용을 중간에 바꾸자고 들이대는 꼴이다.

개성공단을 폐쇄할 경우 남북 양측이 입는 정치 ·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에 '폐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경제협력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나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억류 사건과 같이 신변상 안전 보장이 되지 않고,투명한 법과 제도에 의해서가 아닌 북한 당국의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이미 도장을 찍은 계약이 흔들린다면 사업 파트너로 상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북한과 유사한 체제를 유지하던 쿠바도 1990년대 중반부터 계획경제를 부분적으로 포기하고 외국인에게 100% 지분 투자를 할 수 있게 했다.

또 외화 획득을 위해 주수출품인 사탕수수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까지 관광산업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해 적대국인 미국 관광객까지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세계 유일의 폐쇄 · 통제사회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