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126명 중 88명이 마라톤 단독판사회의를 연 것을 시작으로 연일 단독법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 회의 결과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권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해쳤다는 이유로 사실상의 사퇴를 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다른 한편에서는 단독판사들의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단독판사회의에서 논의한 것처럼 신 대법관이 사퇴할 경우 재판권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법원의 재판에 대해 갖는 신뢰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단독판사회의에서 제기한 것처럼 이를 개선할 시급한 대처방안이 모색돼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왜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지 이유를 물어 본다면 그 답은 간단치 않다. 즉 단독판사회의에서 내린 결론처럼 법원장의 재판개입으로 인한 법관의 비독립성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재판'이라 비판받는 것은 그 재판을 담당한 판사 개인에 대한 불신일 수도 있다. 또한 국민들에게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 봤을 때 소송 상대방 변호사와 담당판사와의 유착관계에 대한 불신이 가장 높을 수도 있다. 즉 법원장 등 지휘부의 압력이 재판에 대한 국민불신을 유발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재판의 독립은 지휘부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정치권,언론,시민단체,검찰 등 외부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선결과제일 수 있다.

따라서 신 대법관으로부터 시작된 사법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직시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지난 1월 29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관평가제의 일환으로 회원들이 점수를 매긴 '법관 성적표'를 발표했다. 당시 변호사들이 뽑은 '문제 법관'의 구체적 사례로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재판 진행,조정 강요 등 불공정한 재판 진행,예단에 근거한 결정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보면 재판부 불신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휘부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외부압력으로부터의 독립,그리고 판사들의 자질개선 등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서울변협의 평가결과에 따르면 선결과제 1순위가 법관의 자질개선일 수도 있으며,그 방안으로 법관 재임명 제도의 엄격한 시행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재판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우리사회에서는 전관예우에 대한 문제 제기들이 많았다. 퇴직한 전직판사가 변호를 맡아 승소한 사건의 경우 판사가 아무리 공정한 판결을 했다 할지라도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직 법관 경력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급선무일 수 있다.

모든 외부압력으로부터 재판권을 수호하는 1차적인 책임은 판사에게 있으며,문제해결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을 판사로 임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검사나 변호사 경력을 갖춘 사람중에서 판사를 임명하는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 여부를 고민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현재 법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는 점을 판사들은 알아야 한다. 단독판사회의가 그들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 열리는 것이 아닌 이상 그 회의에서 논의되고 요구돼야 할 것은 이 같은 제도적 개선방안이지 특정 대법관의 사퇴가 아닐 것이다.

/기업법률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