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해발 2700m 위는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화산지대이니 보통의 산행 재미는 덜할 듯하다. 그러나 해외 원정 산행을 계획하는 우리나라 트레커들에게 후지산만한 산도 없다. 비행기로 반경 2시간 거리에 있는 산 중 가장 높은 게 후지산이어서다. 산행길이 열리는 7,8월 두 달간 후지산행 하늘길이 꽉 차는 이유다. 올해는 후지산으로 쉽게 갈 수 있는 시즈오카공항이 6월에 개항,한층 더 많은 산행객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5부 능선에서 출발

후지산 산행은 대개 해발 2305m의 5부 능선에서 시작한다. 가와구치 호수에서 유료 자동차도로인 스바루 라인을 40분 정도 달리면 5부 능선에 도착한다. 식당과 선물가게,숙박시설이 모여 있어 산행에 앞서 최종 준비를 하기에 좋다. 5부 능선에서 정상까지는 보통 6~7시간 걸린다. 6부 능선까지의 가와구치코구치 등산로는 평탄한 흙길.그러나 6부 능선에 가까워지면 급경사의 언덕이 이어진다. 안전지도센터가 있는 6부 능선에서 요시다구치 등산로와 합류한다. 요시다구치 등산로는 에도시대 때 후지산 신앙을 위한 길로 활용되던 루트.산 아래에서 걸어오르는 유일한 코스다. 7부 능선으로 향하는 길은 풀과 나무를 볼 수 있어 산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발 2700m의 7부 능선부터는 풀 한포기 없는 화산지대로 걷기가 좀 불편하다. 한라산에서 볼 수 있는 현무암 암반이 해발 3200m 백운장까지 계속 이어진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6부 능선에서부터 고산병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면 하산하는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한 천천히 올라 해발 3020m 지점에 있는 다이시칸까지 올라가는 게 좋다. 후지산은 등산길과 하산길이 따로 있는데,다이시칸까지 올라야 하산길로 연결되는 길을 만나기 때문이다.

여름철 후지산 정상의 온도는 5도 정도.바람이 불 경우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내려간다. 방한복과 장갑을 꼭 챙겨야 한다. 분화구벽을 모두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높은 겐가미네(3776m)를 향해 1시간가량의 분화구 돌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5부 능선까지의 하산길은 3~4시간 잡는다. 8부 능선에서 갈라지는 스바시리구치 등산로로 빠지지 않고 출발 지점인 가와구치코구치쪽으로 내려와야 한다. 스바시리구치쪽으로 내려서면 1만엔 이상의 택시비를 들여야 일행과 합류할 수 있다. 후지산 산행은 가능한 한 1박2일 코스로 잡는 게 좋다. 7부 능선과 8부 능선 사이에 많은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해넘이와 해맞이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일본의 소박한 매력

현내 어느 지역에서나 후지산이 보이는 시즈오카현은 전원풍의 넉넉한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특히 녹차밭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느 곳을 가든 길가에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 일본 전체 녹차 생산량의 45%가 시즈오카현에서 난다고 한다. 시마다시에 있는 차 박물관 '오차노 사토'에도 꼭 들러야 한다. 일본과 세계의 차와 차문화를 배울 수 있다. 깔끔한 일본 전통 정원을 앞에 두고 하는 다도체험도 즐겁다. 마키노하라시에 있는 '그린피아 마키노하라'에서는 찻잎을 따 비벼보는 등 차에 관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온천도 괜찮은 편이다. 시즈오카 곳곳에 산재한 온천지구가 20곳이 넘는다. 대부분 조용히 쉴 수 있는 산속이나 해안가에 자리해 있다. 시마다시의 '가와네 온천'은 대형 온천탕 외에 별장식 독립 온천시설도 갖춰 인기다. '스마타교 온천'은 깊은 계곡 풍경을 보며 즐기는 온천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 여행 TIP

한진관광(02-726-5571)은 '일본 최고봉 후지산 등정 3일' 상품을 만들었다.

오는 6월 개항 예정인 시즈오카공항행 대한항공 직항편 개설을 기념해 만든 상품이다.

첫날 일본 전통차 박물관인 '오차노 사토'를 찾아 일본 차의 역사를 살펴보고 차 관련 이벤트도 즐긴다.

이튿날 후지산 5부 능선에서 산행을 시작해 해발 3776m 정상을 밟고 하산한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정상 분화구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6월30일부터 8월29일까지 매일 출발한다. 15명 이상 출발하면 산행 전문 인솔자가 동행한다. 1인당 69만9000원부터.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