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 "개그뮤지컬로 개그영역 넓힐 것"
내달 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는 독특한 형태의 뮤지컬이 펼쳐진다.

KBS 2TV '개그콘서트' 등에서 맹활약하는 개그맨들이 마련한 '개그뮤지컬'이다.

'우리는 개그맨이다'라는 제목의 개그뮤지컬은 개그맨들이 3~5분 분량의 짧은 코너를 선보이던 공개 코미디와는 확연히 다른 무대다.

웃음이 깔린 긴 줄거리에 노래와 춤 등 화려한 볼거리를 더했다.

이 뮤지컬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달인' 코너로 인기를 얻은 개그맨 김병만(34)의 추진력과 아이디어가 자리잡고 있다.

개그뮤지컬 출연진의 상당수가 소속된 기획사 비엠엔터플랜을 설립한 그는 동료, 공연기획자 등과 머리를 맞대고 이처럼 개그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마련한 것이다.

"2007년 인기를 모았던 '개그콘서트'의 '뮤지컬' 코너를 크게 확대해보자는 이야기를 꾸준히 나눴지요. 또 사실 요즘 개그맨들이 설 공간이 별로 없다는 점도 이런 무대를 마련한 계기가 됐습니다. 지상파 방송이나 공연에 설 수 없는 후배들에게도 활동의 기회를 줄 수 있지요."

처음 선보이는 장르인 만큼 출연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내용을 골랐다.

실제 개그맨들이 개그 프로그램 출연 등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과 기쁨을 재미있는 구성으로 다듬었다.

개그프로그램 녹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PD로부터 코너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통보를 받거나 가수의 꿈을 이루려고 어렵게 찾아간 음반 기획사가 이미테이션 가수만 키우는 '짝퉁 회사'였다는 등의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개그맨의 애환을 진솔하게 그려낼 것입니다. 개그맨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저처럼 아버지가 편찮으신 경우에도 사람들 앞에서 웃음 지으며 남들을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이런 고생 속에서도 뜨려고 발버둥치는 개그맨들의 모습을 전할 겁니다."
김병만 "개그뮤지컬로 개그영역 넓힐 것"
그렇다고 해서 시종 진지한 내용을 담는 것은 아니다.

공개 코미디에서 선보였던 캐릭터와 유행어를 적절하게 섞어 웃음 코드를 빚어낼 계획이다.

김재욱, 이동윤, 노우진, 송준근 등 최근 주목받는 개그맨들이 주인공을 맡았다.

한민관, 류담 등은 더블 캐스팅으로 작은 배역을 맡았고 정경미, 허미영, 김경아 등도 출연한다.

김병만은 기획사 사장, 은행 직원, 사고 피해자 등으로 여러 번 얼굴을 내미는 감초 역을 맡았다.

"이동윤, 허미영 같은 친구들은 뮤지컬 연기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생각을 할 정도로 이번 공연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개그맨들이라 가창력은 기존 뮤지컬 배우에 비해 뛰어나지 않지요. 그래도 허스키한 목소리로 진지하게 노래 부르는 모습 등은 재미있을 거에요."

이어 그는 "다만 조윤호, 이상호, 이상민 등의 춤 실력은 프로급이고 이동윤, 허미영, 류담 등은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며 "나는 개인적으로 뮤지컬보다는 정극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작은 역을 맡았다"고 덧붙였다.

창작곡 위주의 기존 뮤지컬과는 달리 개그뮤지컬은 '뮤지컬', '거위의 꿈' 등 관객에게 친숙한 기존 대중가요를 활용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가수 MC스나이퍼가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의 안무가로 활동한 주원성이 연출자로 나섰다.

김병만은 개그뮤지컬 외에도 개그계의 외연을 넓히려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7년 일본 소극장에서 공연을 펼쳤고, 최근에는 후배들을 이끌고 중국 청두 공연을 다녀왔다.

그는 "우리 코미디가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코미디에서도 한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7월 이후 중국에서는 공개코미디 투어를 펼칠 것이다. 개그뮤지컬도 성공하면 영화나 지방공연 등을 시도하며 개그의 영역을 넓혀나갈 생각"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