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시장을 나눠 가진 두개 회사의 담합은 계속 유지될까?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⑬ 담합의 발생과 불안정성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투수는 타자의 허를 찌르기 위해 타자가 예상하지 못한 구종을,예상하지 못한 코스에 던지려고 하며,타자는 반대로 투수가 던질 구종과 코스를 예상해서 타격에 임한다.

투수와 타자의 치열한 수 싸움 끝에 투수의 손끝을 떠난 공을 확인한 타자는 힘차게 방망이를 돌린다.

가위바위보는 어떨까?

상대방이 무엇을 낼지를 고민하면서 승리를 위한 방책을 마음속에 그리고 '하나,둘,셋' 하면 동시에 패를 보여주게 된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게임 참여자 모두 서로 상대방의 전략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행동에 나선다는 점이다.

물론 프로야구의 경우 상대방 투수가 전략에 따른 행동을 하고 나서 그 다음에 타자가 반응하며,가위바위보의 경우 게임 참여자가 동시에 마음속의 전략을 행동에 옮긴다는 차이가 있긴 하다.

갑자기 게임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게임의 모습이 과점시장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물론 완전경쟁시장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겠지만,너무 많은 시장 참여자가 있어 한 기업의 행동이 시장에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다.

따라서 완전경쟁시장은 상대방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에 과점시장은 소수의 참여자가 있고 한 기업의 행동은 시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들은 서로의 행동을 예상하며 치열한 전략을 구사한다.

독점시장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시장의 유일한 공급자이기 때문에 전략적 상황이 발생할 여지조차 없다.

적어도 '전략적 상황 속의 치열함'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과점시장만한 것이 없다.

교복시장에 공급자는 (주)클레버와 (주)브레인밖에 없다고 하자.

한 기업이 가격을 인하하거나 광고에 열을 올리면 다른 기업도 대응 전략을 강구하는 등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

그런데 두 기업은 문득 "우리가 함께 모여 독점기업처럼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시장을 적당히 분할하기로 약속하면 이윤이 서로 올라가는데 왜 싸우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로 담합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담합을 약속하면 두 기업 모두 10억원의 이윤을 얻는다고 한다.

반면 두 기업이 담합을 깨고 치열한 경쟁을 한다면 2억원의 이윤만 남는다.

이때 (주)클레버의 전략은 담함을 준수하거나 담함을 깨고 경쟁구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브레인도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사실은,두 기업이 담합을 약속한 상태에서 한 기업이 약속을 어기면 그 기업의 이윤은 크게 증가하지만,약속을 지킨 기업의 이윤은 크게 감소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두 기업이 교복 한 벌당 30만원에 5천벌씩을 생산하기로 해놓고 한 기업이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더 많이 생산하는 전략을 펼친다면?

약속을 어긴 기업은 이득을 보지만 약속을 지킨 기업은 급격한 매출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한 기업이 약속을 지키고 다른 기업이 약속을 어긴 경우 약속을 지킨 기업은 5억원의 손실을,약속을 지킨 기업은 20억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하자.

이것을 다음과 같은 <표>로 나타낼 수 있다.

표의 좌측과 상단에는 각 기업과 그 기업의 대응 전략을 표시한다.

그리고 표의 가운데 부분에는 두 기업의 전략에 대응하는 이윤을 나타냈다.

대각선의 아래쪽은 (주)클레버의 이윤을,대각선의 위쪽은 (주)브레인의 이윤을 나타낸다.

시장의 상황이 아래 <표>와 같다면 경쟁 구도로 가는 것(각 기업 2억원의 이윤 확보)보다 담합을 준수하는 것(각 기업 10억원의 이윤 확보)이 두 기업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⑬ 담합의 발생과 불안정성
그렇다면 담합이 지켜질 수 있을까?

(주)클레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만약 (주)브레인이 담합을 준수할 것이 확실하다면 (주)클레버는 경쟁 구도의 입장을 취할 것이다.

담합을 준수하면 10억원이 생기지만 상대방을 속이고 경쟁구도로 대응하면 20억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브레인이 경쟁 구도로 간다면 어떨까?

(주)클레버는 경쟁 구도로 대응하는 것이 최적이다.

담합을 준수해봤자 5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경쟁구도로 간다면 2억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주)클레버의 입장에서 보면 (주)브레인이 어떤 전략을 취하건 간에 경쟁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최적이다.

이것은 (주)브레인의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두 기업이 모두 담합을 약속한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판매에 돌입하면 경쟁 구도로 나가게 된다.

이것은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니며 단지 과점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담합을 준수할 유인(incentive)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과점기업들 간의 담합은 불안정하고 언제나 깨질 유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이기심과 두려움이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대신 '배신'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담합이 깨지는 배신이라면 좋을 것도 같다.

그런데 위와 같은 상황이 군비 경쟁에서 나타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와 북한이 모두 신뢰 속에서 군비를 줄이는데 협력하면 좋겠지만 게임의 상황이 위와 같다면 군비 감축은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공공재 공급은 어떤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돈을 지불하면 공공재가 공급되겠지만 언제나 무임승차의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두면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이기심과 두려움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상태가 있음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태를 '죄수의 딜레마'라고 부른다.

그런데 현실에서 많은 경우 담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게임의 구조가 위와 같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루만 할 것인가?

사업이 계속 무한히 이어지고 담합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기업에게 다음 기회에 벌칙을 가할 수 있다면 벌칙을 두려워한 기업은 담합의 약속을 지킬 유인이 생길 수 있다.

즉,연속적인 게임 속에서 다음 게임에서 상대방의 전략(벌칙 등)을 인식하게 되면 담합을 준수할 유인이 더 커질 수 있다.

한편 이타심이 작동하면 상호 협동하는 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고통이 나의 아픔이 된다면 위 보수에 변화가 생기면서 협동하는 것이 최적의 대응으로 변하는 것이다.

과점시장의 기업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전략 속에 지금도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어쩌면 완전경쟁시장의 기업들은 속편한 기업들이다.

다른 기업의 행동도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전략적 치열함 속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완전경쟁시장은 경쟁하고 있지 않은 기업들이 모인 시장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느낌마저 든다.

우리가 경쟁이 너무 치열하면 경쟁을 포기하듯이 말이다.

차성훈 KDI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