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듀폰,P&G,도요타 등 초우량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한 역사는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짧다. 충격적인 사실은 1세기 전인 1890년 미국 기업의 평균 직원 수는 4명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극소수 기업만이 2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었다. 이처럼 겨우 100년 만에 기업은 현대 사회의 주변부에서 핵심적인 기관으로 변모한 것이다.

기업의 급격한 성장에 20세기 경영기법들이 미친 영향은 확실해 보인다. GE는 상업용 R&D 연구소를 기업 조직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듀폰은 투자수익률 분석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자본 배분을 합리화할 수 있었다. P&G는 1930년대부터 무형자산인 브랜드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정규직 근로자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자산으로 보고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핵심역량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게리 해멀 교수는 20세기에 정립된 경영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경영자는 물론 경영학자들도 굳게 믿고 있는 기업 경영에 관한 수많은 지식체계와 기법들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가장 상위 개념의 혁신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영혁신이라고 명명했다.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경영혁신이라고 하면 비용 절감이나 인원 감축 등 극단적인 쥐어짜기를 떠올리게 되지만,해멀 교수가 주장하는 경영혁신에선 기업경영의 근본적인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

그가 경영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한 홀푸즈,고어,구글 등은 20세기 경영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분명 이단자이고 아웃사이더들이다. 하지만 1903년 설립된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고 종업원들의 임금을 올렸을 때도,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드의 조치를 눈여겨보지 않고 오히려 비웃었다. 그때는 포드가 이단자고 아웃사이더였다.

21세기 기업은 단순한 운영의 개선이나 기술 혁신에 의해 승패가 결정될 것 같지는 않다. 누가 직원 모두를 자발적으로 혁신에 동참시키고,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천하게 만드는 경영혁신을 성공시키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