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위1동에서 공공근로를 하고 있는 김경희씨(37)는 얼마 전 자전거로 출근하다 주차된 자동차와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일주일이나 병원에 입원했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해 치료비와 입원비 45만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자전거타기'를 권유하고 있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보상제도가 미흡해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출 · 퇴근시 자전거사고를 당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지만 일반인은 그렇지 못해 형평성 논란마저 제기됐다.

얼마 전 자전거로 출근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직장인 이현석씨(28)도 "서울시가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며 자전거 이용을 권하면서 공무원에게만 산업재해 보상을 해주는 것은 모순"이라며 "아직 안전시설이 미흡해 사고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데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전거천국'을 만들겠다는 공언과 달리 '사고대책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혜경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에 작년과 재작년에 걸쳐 자전거전용보험을 개발해 달라고 재차 건의했다"며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지긴 했지만 올 상반기 중 자전거보험이 시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 보험 가입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경남 창원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들도 민간 자전거 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전치 4주 이상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보상을 해주고 있다. 그나마도 치료비는 지급하지 않고 40만원가량의 위로비만 주는 형태다. 위로금이라도 받으려면 전치 4주 이상 다쳐야 하니 웬만한 부상에는 하소연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최근 순환형 자전거도로 88㎞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같은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자전거천국'이 되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타라'고만 할 게 아니라 사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대책 등 소프트웨어도 마련하라"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