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정부는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두 나라와 수르길 가스전 개발,잠빌 해상광구 탐사 등 에너지 · 자원 분야에서만 12건의 양해각서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2박3일 일정을 밀착 동행한 카리모프 우즈베크 대통령,자정까지 '보드카 폭탄주'를 마시며 사우나 접대를 베푼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과 나눈 스킨십 외교를 통해 정상들과 우정도 돈독히 다졌다.

경제인들과 함께 이 대통령의 중앙아 순방에 동행한 필자는 관련 국가의 정부 및 경제전문가들과 얘기를 나눈 결과,자원외교도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집중 추진할 필요가 있는 사업은 바로 우즈베크의 나보이경제특구 개발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보이경제특구는 우즈베크가 "역사적인 실크로드의 중심이던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겠다"며 나보이공항 주변 대규모 단지에 추진중인 복합물류허브구축과 자유경제무역특구사업을 말한다. 나보이 물류허브 및 경제특구사업의 성공은 나라 이름 끝에 '스탄'자가 붙는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더 멀리는 러시아와 터키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한국의 경제발전 추진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함께 예정에도 없이 양국 경제인회의에 참석해 "나보이 사업은 한국이 우즈베크 내 조그마한 영토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우즈베크는 수도 타슈켄트에서 509㎞ 떨어진 제2의 경제중심지 나보이를 단순히 물류허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규소 등 화학 · 광업 생산물류를 수출하고 특히 인근 부하라나 사마르칸트 등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역사적인 도시들과 관광을 연계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사실 우즈베크는 수천년 이어져온 실크로드의 중심지역이며 지리적으로 유라시아지역의 중심에 위치해있어 유럽이나 중동지역 진출에도 발판이 된다. 우즈베크는 총 564㏊인 나보이경제구역을 특구로 지정하고 10년간 무관세 등 특별조세 및 관세제도를 도입해 이곳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에 향후 30년간 거의 한국영토로 간주해도 될 만큼의 파격적인 특혜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중장비무역업을 하고 있는 로드인터내셔널의 홍성훈 대표나 우즈베크에 진출해 가장 성공한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신동그룹의 김윤식 회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지원자금 등으로 재원마련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 한국기업이 지금 나보이 진출을 결정할 경우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순방 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카리모프 대통령이나 우즈베크 정부는 나보이 물류허브와 경제특구 성공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카리모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방문 중 밀착 동행한 것이나 한국 경제인들에게 1 대 1로 우즈베크의 고위 경제관리를 붙여 도움을 주려 한 점 등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국빈만찬에도 대장금,아리랑,한국민속음악 메들리 등 한국 노래를 준비해 그가 얼마나 한국자본의 참여를 바라는 가를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삼성과 LG,즉 전자제품에 관심이 유독 컸다.

이제 우즈베크의 한국을 향한 끝없는 사랑과 염원에 대해 한국이 호응할 차례인 것 같다. 물론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현지의 투자환경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살핀 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부디 첫 단추를 잘 꿰어 중앙아시아 시장 개척에서 좋은 결과를 거뒀으면 한다. 특히 우즈베크와의 경제협력 성공 여부는 우즈베크와 경쟁국이기도 한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투르크메니스탄 등 인접국가들과 한국 간 자원협력외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