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돼지 독감'이라 불리다 이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로 개명(?)한 멕시코발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종 플루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해 북미,유럽대륙의 30여개국으로 확산돼 감염자가 7500명,사망자는 60여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번 신종 플루는 분명 인류의 안녕을 위협하는 존재임에 틀림없으며 더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다만 그에 대한 우리들의 대응은 신속하지만 차분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 '사스(SARS)'의 악몽을 떠올리며 무차별적인 격리 조치로 해당국 간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거나,'돼지 독감'이라는 명칭이 주는 선입견 때문에 보건당국의 안전성에 대한 거듭되는 확인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소비가 급감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위기상황에서의 대응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위기상황에서 사태를 파악하고 실행하는 데는 사고와 행동의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질병이나 자연재해 같은 재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산가치의 폭락,실업 급증,거품 붕괴 등을 촉발한 금융위기.국가나 기업 그리고 가계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위기에도 나름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많은 훌륭한 원칙들이 있겠지만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KISS(Keep It Simple & Speedy)'다. 각종 경영서적에서 위기 대처의 주요 기본으로 제시되는 개념 중 하나다. 이 개념은 최근 경제상황과 맞물리면서 기업의 시의적절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KISS'라는 약어로 쓰여 조금 자극적이긴 해도 그래서 기억하기 쉬운 작명이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단순하게 사고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다'에서의 물과 산이 그냥 물과 산이 아니듯,'KISS'에서의 '단순'과 '신속'은 그 사전적 의미를 넘어 위기 극복의 원칙을 제공한다.

위기상황 속에서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데서 의외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 '단순함'이라면 급변하는 상황에서 남보다 먼저 행동하는 것이 '신속함'의 속뜻일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인 환경재해나 금융위기가 개별 국가 차원이나 일개 기업,개인의 노력,그리고 'KISS'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우리 기업,우리 가족,나부터 이런 원칙을 세우고 행동해 나간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필자의 집 인근에 동네 주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쌈밥집이 있다. 보리밥과 삼겹살,그리고 신선한 채소의 푸짐한 상차림으로 항상 북적거리는 식당이다. 이번 주에는 시간을 내 본의 아니게(?) 신종 플루로 곤욕을 치렀던 삼겹살구이와 쌈밥에 반주로 소주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