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터졌다 하면 그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재난 재해에 국가가 신속히 대응하고자 경찰,소방,군을 포함한 재난 관련 기관들이 일사불란한 무선통신 지휘체계를 갖추기 위해 시작했다가 중단한 지 3년째에 접어든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국가통합망) 사업이 꼭 이러한 격이다.

국가통합망 사업은 2002년부터 논의돼오다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기관사,경찰,소방 등이 각각 다른 무선통신을 사용하면서 서로 통신 불능으로 사고가 커져 급물살을 탔던 사업이다. 당시 국내 한 중소기업은 통합망에 적용되는 디지털 단말기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 어렵게 국산화에 성공했다.

기지국 시스템과는 달리 단말기의 경우 전국 공공기관 공무원으로 사용이 확대될 경우 충분히 시장성이 있고,IT 통신기기의 국산화에 대한 사명감도 더해져 연구원들이 불철주야 개발에 매진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 사업이 전체 규모의 15%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외산 시스템 업체의 독점 공급 논란에 휩싸여 중단되면서 어이없게도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업체 및 국가통합망 사업 참여를 준비한 통신 관련 기업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이미 사업 검토 단계에서 시스템은 단일 시스템을 사용하되 단말기는 여러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는 선진 유럽 사례를 시찰해 그에 따라 사업 추진을 결정했으며 국책연구소(KDI)의 보고서 역시 이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해 중소기업으로서는 투자가 빠듯한 속에서도 단말기 국산화에 매진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업이 중단되면서 신규 단말기 발주도 중단되고 내구연한이 다해 시급히 기존 무전기의 교체가 필요한 기관들은 정부의 눈치만 보느라 구식 아날로그 무전기를 여전히 구매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행보에 표류하는 국가통합망 사업을 보면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해도 방해는 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형국이다.

경기 부양에 애를 쓰는 정부가 기술검증,사업타당성 분석까지 마친 이 사업을 3년째 중단시키면서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대부분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재난 및 재해 대비용 정부 무선 공공통신망이 왜 한국에는 없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