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들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아닌 신차를 내놓을 때는 대부분 '1호차 증정식'이란 걸 합니다. 신차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지요. 보통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이 1호차를 차지합니다.

현대차가 지난 3월 신형 에쿠스를 출시하면서 1호차 주인공으로 'CEO들의 스승'으로 꼽히는 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를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1호차의 주인공들은 다양합니다.

작년 10월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의 1호차는 강용주 인치과 원장(39)에게 돌아갔습니다. 유명인은 아니지만,젠쿱의 주요 소비층(30대 전문직)을 겨냥한 선정 결과였지요.

로체 이노베이션 1호차는 K1격투기 스타 추성훈 선수,제네시스 1호차는 심장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건국대 송명근 교수 몫이었습니다.

모하비(강지원 변호사),베라크루즈(영화배우 정진영 씨),오피러스(최수종·하희라 부부)와 2006년 선보인 구형 쏘렌토(탤런트 김명민)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아차의 올해 최대 야심작인 쏘렌토R엔 1호차 주인공이 없습니다. 비밀은 쏘렌토R의 '때늦은 생산'에 있습니다.

쏘렌토R가 공식 출시된 것은 지난 4월2일입니다. 바로 2009 서울모터쇼의 프레스데이였죠. 기아차는 서울모터쇼 첫 날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쏘렌토R 출시를 한 달 가량 앞당겼습니다. 덕분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는 성공했지요.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막상 신차 출시 후,계약자들에게 인도할 차가 한 대도 없던 겁니다.

출시를 서두르다보니 신차 생산이 늦어졌습니다. 기아차는 경기 화성 공장에서 쏘렌토R를 만들기로 했는데,구형 생산라인을 뜯고 새 라인을 설치하는 데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쏘렌토R의 첫 양산차가 나온 게 이달 13일입니다. 지난 3월 하순부터 쏘렌토R의 선계약을 받았으니,초기에 계약했던 사람들은 2개월동안 차를 구경도 못한 겁니다.

차량 인도가 2개월여 늦어진 상황에서,'1호차 전달식'을 갖기엔 모양새가 영 좋지 않겠지요.

쏘렌토R 계약자들이 실제 차량을 인도받은 후 어떤 평가를 내릴 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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