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이후 배추 한 포기 가격이 5000원을 넘는 등 배춧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김치를 직접 담가 먹기보다는 사먹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포장 김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산 김치 가격도 원산지 표시제 강화에 따른 수입량 감소와 수요 증가로 연초대비 20~30%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 김치로 둔갑시키는 사건도 크게 늘고 있다.

◆김치, '金치'됐네


15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는 14일 기준 전국 소매점에서 상품(上品) 한 포기가 5162원에 거래됐다.

일주일 전 거래가격(4802원)보다 약 32.5% 오른 것이다. 1년 전 같은기간 가격(1583원)보다는 약 226.1% 상승했다.

중품(中品)도 한 포기 당 14일 기준 3284원 거래됐고, 1년 전(1304원)보다 약 151.8% 올랐다.

배춧값이 폭등한 것은 생산량이 줄어든 반면 배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3~4월에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많았던 데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배추 출하량이 감소했다. 또 지난해 배추 가격 폭락세로 산지 재배 면적이 많이 줄어든 것도 한 몫 했다.

음식점 김치 원산지 표시 강화로 국내산 배추 수요가 늘고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감소한 것도 원인이다.

◆배춧값 무서워서 김치 사먹는다


배춧값이 금값 대접을 받자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홈쇼핑 등에서 포장 김치를 주문해 먹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겨울 김장 김치가 동나고, 직접 만들어 먹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몰 GS이숍에 따르면 이달들어 14일까지 포장김치 판매량이 지난달 같은기간보다 30% 늘었으며 지난해 같은기간보다도 20% 이상 상승했다.

배춧값 강세로 대체 상품인 열무와 무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어 열무김치와 깍두기, 오이소박이, 갓김치 등의 매출도 지난 4월보다 20% 내외 증가했다.

롯데홈쇼핑도 '임종임의 명품 김치'를 판매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의 매출이 2~3월 같은 기간 대비 40% 신장했다. 지난 9일 방송한 '임종임 명품 포기김치'(11kg·3만9900원)은 1시간 만에 2억원어치를 팔았다.

GS이숍 식품 담당 김재우 상품기획자는 "포장김치는 산지와의 계약 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가격에 재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시중의 원재료 상승과 관계없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어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김치시장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대상과 한성식품, CJ제일제당은 배추가 출하되기 전에 농가들과 밭떼기 형식으로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배춧값이 폭등해도 가격변화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성식품의 '배추 포기 김치'(5kg)는 배춧값 폭등과 관계 없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2만3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 김치도 불티…국내산으로 둔갑하기도


중국산 김치 가격도 덩달아 출렁이고 있다. 중국산 김치는 상품(上品) 소매가 기준 연초 9000원(10kg) 하던 것이 최근에는 음식점 등의 수요가 늘면서 1만500~1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산 김치를 수입 유통판매하는 한 도매업자는 "원산지 표시가 강화됐지만 배춧값 등 원재료 상승으로 중국산 김치를 찾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며 "올해 수입량이 지난해에 절반 수준이어서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3월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1만1594t으로 지난해 3월(2만3292t)보다 약 49.8% 줄었다.

음식점의 김치 원산지 표시 강화로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 강화로 음식점의 국내산 수요가 늘고 있어 국내산의 3분1 가격의 중국산 김치가 국내산으로 둔갑되는 사례가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고 있다"며 "김치 등 원산지표시 위반 사례가 빈번한 품목 등을 선별해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수산물품질검사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시·도 등 유관기관과 합동단속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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