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1 바다숲 비경에 탄성 절로

중국 구이린(桂林) 얘기를 좀 해야겠다. 산수(山水)가 천하제일(甲天下)이란 구이린의 자랑은 분명 허풍이 아니다. 울쑥불쑥 기기묘묘한 석회바위 봉우리 사이로,금계(金桂)의 샛노란 꽃향이 진하게 흐를라치면 달나라 선녀 항아가 금방이라도 내려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구이린이다. 그러나 그 빼어난 산수 자랑은 구이린 안에서만 유효한 법.사람의 눈과 마음이란 게 간사한 것이어서 어느 다른 근사한 풍경을 만나기라도 하면 바로 그게 천하제일 자리를 차지하곤 하기 때문이다.

하롱베이가 딱 그런 절경 중 하나로 꼽힌다. '바다의 구이린'이라고 하는 하롱베이는 사실 구이린을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부르게 할 만한 매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하롱베이는 베트남 최고의 바다경승.베트남 북부 통킹만 안쪽에 펼쳐진 1500㎢의 해역을 일컫는다. 2000개에 가까운 석회암섬과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어울려 빚어내는 풍광이 환상적이다. 400㎢가량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하롱베이는 유람선을 타고 구경한다. 대개는 당일 크루즈를 택하지만 바위섬 풍경이 아기자기한 만 위쪽의 바이틀롱 해역과 섬 무리의 선이 굵은 아래쪽 하롱 해역을 모두 둘러보는 1박2일 크루즈가 괜찮다. 선착장을 나서 1시간 정도 유람하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닷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기암이 마중한다. 멀리서 보면 한몸으로 이어진 산줄기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제각각 떨어져 있다. 형태도 각양각색이어서 코끼리,낙타,주전자 등 이름이 붙여진 것만 1000여 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하롱베이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바다의 절경 그 이상이다. 수호신인 용이 침략자를 무찌르고 베트남을 지킨 성스런 공간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수호신 용이 보석과 구슬을 내뿜으며 바닷길로 쳐들어온 적을 물리쳤는데 이때 흩어진 보석과 구슬이 섬과 기암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하롱이란 이름도 용(龍)이 내려온다(下)는 뜻이다.

Take 2 바다동굴과 수상마을

하롱베이의 섬들은 석회암으로 이뤄져 있어 크고 작은 동굴들이 발달돼 있다. 동굴은 50여 개를 헤아린다. '놀라운 동굴','하늘궁전 동굴','나무 감춘 동굴' 등 3개의 동굴이 개발돼 있다. '놀라운 동굴'이 하롱베이 안에서 가장 크고 넓은 동굴이다.

이 동굴 내부는 크게 세개의 공간으로 구분되는데 갈수록 입을 벌리며 놀라게 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과연 그 크기에 놀라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남녀가 포옹하며 입을 맞추고,닭이 목을 빼고 우는 것 같은 종유석이며 석순의 형태도 놀랍다. 천장의 선명한 물결무늬와 거대한 용의 모습에도 눈을 뗄 수 없다.

수상마을도 신기하다. 아무리 바닷물이 잔잔하다고 해도 육지와 멀리 떨어진 이 바다 위에 어떻게 집을 짓고 살 수 있을까. 하롱베이 일대에는 20~30가구가 모여 있는 수상마을 5곳이 있는데 봉비엔이 가장 아름다운 수상마을로 꼽힌다.

깊은 산속의 오지처럼,섬으로 빙 둘러쳐진 바다 한쪽에 조용히 자리한 마을이다. 크루즈에서 내려 대여섯명 정원의 카약을 타고 들어간다.

수상마을이라고 해서 육지의 여느 마을과 별 차이는 없다. 바지선 비슷한 것을 연결해 '땅'을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는 게 다른 점이라고 할까. 바지선 위를 마당 삼아 놀고,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과일이며 생선을 배에 싣고 팔러 나가고,시간을 내 은행에서 일을 보는 어른들의 일상도 똑같다. 심심하다는 듯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진주양식장의 누렁이 모습도 눈에 익는다.

하롱베이=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TIP

베트남의 정식 국명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다. 수도는 북부의 하노이다. 국토는 한반도의 1.5배.인도차이나반도 동쪽 해안 전체에 걸쳐 있다. 인구는 8200만명.54개 민족을 헤아린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기후특성을 보인다. 남부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다. 우리나라의 가을부터 봄까지가 건기다. 북부는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사계절이 있다. 높은 산악지대에는 눈도 내린다. 통화단위는 동.요즘 환율은 1달러에 1만7500동 선이다.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하노이 시내의 대우호텔과 서호변의 쉐라톤호텔이 좋다.

베트남항공(02-757-8920)이 인천에서 매일 두 차례(오전 10시35분,오후 7시30분),부산에서는 매주 목·토요일 두 차례(오후 5시,8시25분) 하노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4시간30분 걸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인천~하노이 직항편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는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버스로 4시간가량 소요된다. 180㎞밖에 안 되지만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당일 또는 1박2일 일정의 크루즈를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