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은 문제가 있다 싶으면 앞뒤 제쳐 두고 판매 금지부터 합니다. 만약 식약청의 행정 조치가 잘못된 검사에 의한 것이라면? 어쩌겠어요. 제품은 다 회수하고 폐기했으니 이미 늦은 거죠."

14일 만나 본 식품업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화제는 전날 법원의 '멜라민 킷캣미니' 판결 결과였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멜라민 파동 때 식약청으로부터 폐기 명령을 받고 과징금까지 문 '킷캣미니'의 판매업체 한국네슬레가 제기한 폐기명령 취소 소송에서 네슬레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의 판결 요지는 한마디로 '식약청이 성급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성분에다 구성 요소가 복잡한 가공 식품일수록 여러 차례 신중하게 검사했어야 했는데 식약청은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멜라민 농도 측정 방식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당시 '조급'했던 식약청은 검사가 간편한 대신 정확도가 떨어지는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 방식으로만 검사했다. 법원이 네슬레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울대 종합약학연구소 등 3개 기관에 의뢰,다른 방식으로 검사하자 킷캣미니의 멜라민 농도는 식약청 검사(2.89?e)와 달리 모두 0.1?e(1000만분의 1) 미만이었다. '0.1?e'이란 식품의 멜라민 허용 기준(2.5?e)은 물론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최저 농도인 '정량 한계'(0.5?e)보다도 낮은 것이다. 한마디로 인체에 해가 없고,함량이 너무 적어 없는 것으로 간주해도 되는 수준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다.

물론 식약청장이 국회에서 눈물을 보일 만큼 식약청의 고충도 크다. 성난 여론 탓에 문제 소지가 있으면 판금 조치부터 내리지 않을 재간이 없고,짧은 시간 내 검사를 마치려다 보니 간편한 방법을 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사연이 있다고 해서 해당 업체와 제품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행정 조치를 남발해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잘못된 조치에 대한 구제 제도도 없다. 억울하면 행정 소송을 내라는 식이다.

사실 지난달 석면 오염 탤크 파동도 따지고 보면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사전 연구 검토가 미흡해 벌어진 사태다. '대안이 없으니 일단 덮고 보자'는 식의 대응이라면 식약청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한국네슬레와 같이 규모가 큰 회사는 소송이라도 하지만 영세 업체들은 무슨 대책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