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업은행장(사진)은 13일 "산은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에 계열사를 매각한 대기업에는 향후 우선매수권을 주고 매각 이익도 나누겠다"고 말했다.

▶본지 5월12일자 A1,16면 참조

민 행장은 이날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자발적이고 선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대안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부그룹을 예로 들며 "동부메탈은 사모펀드를 통해 인수하되 매각차익을 공유하고 향후 되팔 때 동부에 우선매수권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가격은 시가에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결정되며,3~5년 운영한 뒤 가격이 회복되면 금융비융과 일정 수익률을 뺀 나머지 이익을 기업에 되돌려 준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가치를 다 받는 것은 물론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 효과를 동시에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민 행장은 "몇 달 전까지 심각하게 구조조정을 고려하던 대기업들이 경제지표가 일부 호전되면서 '버티면 자산 매각 없이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미룰 경우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강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산은과 재무개선약정(MOU) 체결을 추진 중인 7개 주채무계열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필요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해서는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가지 대안의 장단점을 놓고 협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은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에 주가가 일정 수준에 이르지 않을 경우 되사주기로 한 계약이다.

GM대우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관련,민 행장은 "GM대우가 단순히 GM본사의 조립 공장이 아닌 글로벌 전략 핵심 기지화한다는 보장을 받아야 우리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제했다.

구조조정 관련 기업들의 매각 우선순위에 대해 그는 "현대종합상사의 매각이 8~9월께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이닉스반도체도 외환은행 중심으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시장에 팔 수 있는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재매각을 시도하겠다"며 "다만 한번 실패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선 한참 뒤로 밀려 있다"고 언급했다. 또 "현대건설은 매각 제한에서 해제된 지분이 있지만 앞으로 주가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좀 더 보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민영화 전략과 관련,민 행장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통틀어 은행 인수 · 합병(M&A)을 시도해 수신 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