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점차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침내 거짓말에 익숙해집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렸던 '정치하지 마라'는 글의 일부다. 요즘 그는 자신이 올린 글이 옳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는 듯하다. '박연차 게이트'에서의 100만달러 용처에 관한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은 100만달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자신을 겨냥해 오자 지난달 7일 '사람사는 세상'에 사과문을 올려 "저의 집(권양숙 여사)에서 받아 사용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 조사에 응해 진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달 30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돈을 받아 어떤 빚을 갚았는지에 대해 함구했다. "집에서 잘 기억을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검찰이 권 여사가 제3자를 시켜 미국에 있는 아들 건호씨에게 수십만달러의 유학자금과 생활비를 송금한 사실을 밝혀내자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은 또 달라졌다. 권 여사는 지난 8~9일 검찰에 두 통의 이메일을 보내 "100만달러 중 40만달러는 아들 건호에게 지인 계좌를 통해 송금하고,10만~20만달러는 건호 부부에게 국내에서 전달했다"며 나머지에 대해서만 "개인 채무 변제에 썼다"고 말을 바꿨다.

이 진술도 오래가지 못했다. 검찰이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 계좌에서 100만달러와는 별도로 40만달러가 2007년 9월 미국에 있던 딸 정연씨의 지인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자 노 전 대통령 측은 "40만달러는 기존 100만달러의 일부"라며 "결론적으로 100만달러가 모두 자녀들의 유학비나 생활비로 쓰였다"고 해명했다. 갚지 못한 빚이 어느 새 유학비와 생활비로 모두 둔갑한 셈이다.

피의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진실과 상관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술을 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일반 피의자들과 똑같은 행동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아직 유 · 무죄는 가려지지 않았지만,무죄를 받는다고 해도 노 전 대통령이 입은 도덕적 상처는 평생의 흉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을 꿈꾸는 이 땅의 젊은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하지 마라"라는 말을 깊이 곱씹어 봐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