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선 ‘가자미식해’, 북에선 ‘가자미식혜’

우리나라 사람치고 식혜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1993년 한 업체에서 인스턴트 음료로 대중화해 큰 인기를 누리기도 한 식혜는 누구나 좋아하는 전통음료 중 하나다.

그런데 어떤 식당에 가보면 '가자미식혜'라 써 붙인 곳이 있다.

아니,식혜에 가자미를 넣어 만들었나? 그걸 어떻게 먹으라고….

하지만 실제로 나온 걸 보면 우리가 아는 식혜와는 전혀 거리가 먼,마치 생선젓 같은 반찬이다.

사실은 '가자미식해'를 식당 주인이 잘못 알고 가자미식혜라 써 붙인 것이다.

'식혜'와 '식해'는 다른 음식이다.

식혜는 엿기름을 우린 웃물에 쌀밥을 말아 독에 넣어 더운 방에 삭히면 밥알이 뜨는데,거기에 설탕을 넣고 끓여 차게 식혀 먹는 음료다.

(엄밀히 말하면 차이가 있지만) 흔히 '감주(甘酒)'라고도 하며 이를 순화한 '단술'이란 말도 쓰인다.

이에 비해 식해는 생선을 토막 친 뒤에 소금 조밥 무 고춧가루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이다.

들어가는 생선에 따라 가자미식해,도루묵식해,북어식해,조기식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식혜와 식해는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데,한마디로 식혜는 엿기름을 우린 물에 밥알을 발효시켜 만든 '단 음료'이고,식해는 생선에 간을 하고 밥을 삭혀 양념에 버무린 '짠 반찬'이다.

둘 다 한자어다.

특이한 것은 북한에선 '식해'란 말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식혜'를 '길금가루를 우린 물을 흰쌀밥에 부어 밥알이 삭은 다음 물만 끓여 식혔다가 사탕가루나 물을 타고 삭은 밥알을 띄워서 먹는 단 음식' '생선을 토막쳐서 얼간했다가 채친 무와 함께 밥을 섞어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하여 버무려서 삭힌 반찬'으로 풀고 있다.

'식혜'가 남한의 식혜와 식해 두 가지 뜻으로 함께 쓰인다.

그러니 남에선 '가자미식혜'가 틀린 말이지만 북에선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