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업계에는 있고 자동차 업계에는 없는 것은? 다름아닌 'UI 디자이너'다. UI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의 약자로,풀어서 설명하면 사용자 편의성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이들이다. 자칫 컴퓨터나 게임에서만 존재하는 직업군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제품 디자인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19세기 후반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때는 작업 효율성이 최상의 과제였다. 20세기 들어오면서 품질이나 안전과 같은 기술력이 우선시되었고,이는 기능의 다양화로 이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기술과 기능은 바탕으로 깔리면서 디자인이 가장 큰 구매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자연히 최적화와 효율성에 이어 사용자 경험을 반영한 디자인이 주요 아이콘이 되었다.

UI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휴대폰이나 MP3 같은 디지털 제품군이다.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바로 아이팟과 아이폰이라 할 수 있다. 심플한 디자인과 사용하기 편한 조그셔틀 하나로 전 세계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이들 디자인의 핵심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끊임없이 고객과의 소통을 통한 결과물을 완성된 제품으로 내놓은 점이다. 휴대폰 강국인 한국도 이런 추세를 따라 LG전자 같은 경우 2005년 10여명에 불과하던 UI 디자이너가 지금은 15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동차 업계는 어떨까? 자동차 업계에 UI 디자이너가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분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시때때로 바꿀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값비싼,큰 재산가치를 지닌 물건이기에 소비자가 좀 더 만족감이 높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자동차 업계에서 말하는 변명(?) 아닌 변명은 자동차는 디지털 제품과는 달리 오랜 역사를 지닌 제품이어서 새로운 UI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미 안정화된 인터페이스를 지닌 제품이기에 새로운 기능이나 변경을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또 디자이너들이 고객과의 소통채널을 충분히 열어 놓고 있고 마케팅이나 리서치 기관의 의견도 적극 수용한다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게 하고 있고,그런 의견들이 제품에 반영되고 있는 걸 신차 시승을 하면서 현장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숨가쁘게 돌아가는 시대에 자동차업계는 과거 시계바늘에 맞춰져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객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시점도 새로운 모델이 등장한뒤 부분 변경(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나오는 시점이기에 2~3년은 기다려야 한다.

현재 디자이너들이 나름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지만 UI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주어지고 새로운 팀이 꾸려진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과부하 걸렸던 업무에서 벗어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독특한 창조물이 나올 것이다. 효율성을 위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게 자동차 업계 의견이지만,고객 입장에서 항상 모든 창구를 열어놓고 수용하겠다는 IT 업계가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터매거진 편집장 kino2002@motor-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