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유동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금의 단기 부동화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기준 금리를 동결한 후 "지금 상황에서 유동성이 너무 많다고 판단할 정도는 아니지만 단기 유동성의 증가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3월중 협의통화(M1)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3%에 달해 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유동성 증가 상황에 대한 일단의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현재 시중의 유동성이 과잉 수준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도 많고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되찾은 금융시장에 비해 실물경기는 아직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에 비춰보면 유동성이 결코 많다고 단언(斷言)하기엔 곤란하다. 하지만 증시나 일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자금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단기화, 부동화되고 있는 점은 걱정되는 대목이다.

한은이 어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나 이 총재가 "경기 상하방 위험이 혼재돼 경기 불확실성이 높다"며 "유동성 환수를 거론할 때는 아니지만 단기 유동성 증가가 금융과 실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바로 통화당국의 이런 고민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추세로 단기 유동성이 증가할 경우 정작 경기회복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하면서 경제에 버블만 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 몇몇 경제연구기관들이 일제히 단기 유동성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정부와 통화당국이 단기 유동성 대책을 신중히 검토해 볼 때가 됐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단기 유동성 증가량과 속도를 예의주시, 만약 필요할 경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도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이와 함께 경기회복을 목적으로 풀린 돈이 은행권에 머물거나 자산시장에 흘러 들어가기보다는 기업의 생산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유도(誘導)할 수 있는 정책 개발에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