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음반 타이틀곡 '나 왜 헤어져'로 활동
혜령 "우울증 위기서 날 붙잡은 건 음악"
가수 혜령(본명 최혜령ㆍ29)은 데뷔 전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여주인공과 같은 일을 겪었다.

데뷔를 준비하던 그가 녹음한 노래로 한 여성그룹이 립싱크로 활동했고, 이 사실은 2001년 당시 언론에 공개되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TV로 자신이 부른 노래가 방송되는 것을 지켜보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03년 솔로 데뷔 후에도 가수 생활이 평탄치만은 않았다.

1집에서 '바보', '슬픔을 참는 세가지 방법' 등이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얼굴과 이름은 묻혔다.

그래서 생긴 촌극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면전에서 '이 노래 혜령이라는 가수가 불렀다'는 소개를 듣기도 했다.

2007년 3집을 발표한 혜령이 2년여 만인 11일 미니음반 '원 나이트 러브(One Night Love)'를 발표했다.

6년간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탓에 2년여의 공백은 새로 출발하는 것과 다름없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금전적인 것은 2차적인 문제였어요. 뭔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압박에 시달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우울증이 찾아왔죠. 불면증에 수면제도 복용했고, 죽고 싶은 충동도 있었어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토로할 사람이 없어 외롭기도 했고요. 당시 심각하게 정신과 치료를 고려했어요."
혜령 "우울증 위기서 날 붙잡은 건 음악"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시작하려니 가야 할 길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했다.

후크송(hooksong)이 대세인 음악 환경에서 '분위기를 타야 하나', '내가 하던 스타일을 고수해야 하나'라고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잘하는 걸 택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손호영이 피처링한 타이틀곡 '나 왜 헤어져'는 히트곡 '슬픔을 참는 세가지 방법'처럼 노랫말은 슬프지만 리드미컬한 미디엄 템포 곡이다.

그는 "데뷔 시절부터 함께 작업한 작곡가 김세진 씨가 1집 때 느낌을 살려줬다. 기대가 크면서도 불안한데, 내 노래를 좋아하는 층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주영훈이 작곡한 '멍하니'는 대중적인 발라드, '착한 연(緣)'은 리듬감 있는 댄스곡, '밉다'는 가사가 반복되는 R&B 발라드다.

8월 두번째 미니음반을 발표할 그는 중도 하차의 위기에서도 계속 음악에 매달린 이유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해 온 게 이것 밖에 없잖아요. 다른 가수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겁니다. 늘 노래를 했고 당연히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지금 제가 힘든 길을 걷고 있지만 먼 훗날 제 자식이 가수를 한다해도 재능만 있다면 말리지 않을 것 같아요. 가수는 꽤 좋은 직업이니까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