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이 "국제금융시장이 호전되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발행을 확대하거나 환율이 급락(急落)할 때 적절한 수준에서 외환을 사들임으로써 보유외환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놨다.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의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최근의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환율급락을 저지하고 보유외환액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큰 때도 드물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환율은 요즘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며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급격히 잠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때 달러당 1600원선을 넘어섰던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엔 1250원선마저 밑돌아 불과 두 달 새 20% 이상 주저앉았다.

경상수지가 지난 3월 사상최대(66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점 등이 환율 급락의 주요 배경이다. 앞으로도 원화가치 상승세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 의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을 봐도 그러하다. IMF는 우리나라가 올해 207억달러를 비롯 앞으로 수년간 매년 2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이 추세적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세가 계속되면 수출에 의존해 버텨가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외환당국이 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등의 방법을 통해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고 기업경쟁력을 지원하는 것은 대단히 시급한 일이다.

외환보유액 확충이 외환위기 가능성을 불식(拂拭)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측면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우리는 26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을 갖고서도 3월 위기설 등 온갖 위기설을 겪는 수모를 당했다. 외국계 자금이 언제 또 한꺼번에 몰려나가며 금융시장을 교란할지 모르는 일이고 보면 2124억달러(4월 말 현재)의 보유액도 충분하다고 보기 힘들다. 당분간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늘려야 위기설 자체가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세계금융시장이 확실히 안정됐다고 판단된 이후의 외환정책은 별도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