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은 최근 서울사무소에 있는 20여명의 임원들에게 미술 전시회를 함께 둘러보자고 제안했다. 정 회장이 제안한 전시회는 빛의 화가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110여점을 모아 공개하고 있는 '클림트 황금빛 비밀'전이다.

정 회장의 제안에 따라 임원들은 지난 7일 클림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역경을 극복한 화가 클림트의 작품을 통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영감을 떠올려보자는 취지에서다.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발휘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제철보국(製鐵報國)'으로 유명한 포스코의 딱딱한 기업 이미지가 부드러워지고 있다. 정 회장의 감성 경영이 곁들여지면서다. 정 회장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례는 그림 감상뿐만이 아니다. 그는 최근 임원들에게 직접 고른 화이트 와인을 선물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는 뜻에서다.

책 제목이 빼곡히 적힌 메모도 돌렸다. '권력의 법칙(로버트 그린)' '협상의 완성(오하시 히로마사)' 등 직접 고른 책 12권의 리스트다. 임원들이 이 중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고르면 정 회장이 선물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작년 11월 포스코건설 사장 시절엔 팀장급 직원들에게 '미에루카(見える化) 경영전략(엔도 이사오)'과 '도요타 제품 개발의 비밀(제프리 라이커)' 등의 책을 나눠주기도 했다. 대부분 혁신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정 회장의 이 같은 감성 경영의 바탕엔 '열린 경영'에 대한 소신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2월 회장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 및 외부 고객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소통(疏通)'을 위한 창을 열어두기 시작한 것.틈 날 때마다 각 부서별로 10여명의 직원들과 조찬간담회도 갖고 있다. 식사도 하면서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 회장의 감성 경영 덕에 사내 회의 분위기도 부드러워지는 등 기업문화 자체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