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봉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연
김태우 "캐릭터 구축 같은 건 없었죠"
"이번 촬영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잘 알지도 못한 게 아니고 아예 모르고 촬영에 들어갔죠."

배우 김태우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해변의 여인'에 이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홍상수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래서 홍 감독의 '페르소나'라고도 불릴 정도지만 그에게도 이번 영화는 특별했다.

촬영 당일 대본을 쓰는 홍 감독의 작업 방식은 익히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현장성이 강했다.

사전에 영화의 기본 줄거리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촬영이 시작됐다.

'좀 더 열어놓고 싶다'는 홍 감독의 의도 때문이었다.

예술영화 감독 구경남 역을 맡아 영화를 이끌어 간 김태우는 "캐릭터 분석이나 구축 같은 건 없었다"며 "연기를 특별히 준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몇 주 동안 합숙하며 찍으면서 구경남이라는 인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준비한 것이 없어 이번 역할에 대해서는 더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대본이 당일 아침에 나오는 촬영 방식은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그날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는지도 전혀 몰랐죠. 그래서 걱정도 됐지만 반대로 더 기대되는 면도 있었어요. "

하지만 이는 홍 감독 특유의 작업 방식일 뿐, 대본이 촬영 당일에 나온다고 영화가 허술하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촬영 과정만큼은 다른 어느 영화보다 치열하게 진행된다.

배우에게는 몇 배의 집중력과 완벽함이 요구되는 일이다.

김태우는 "시나리오를 받고 두 달에 걸쳐 준비하는 것을 홍 감독님 영화는 두 시간에 압축해서 할 뿐 다른 차이가 없다"며 "촬영이 굉장히 철저하고 지독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보기에는 어떤 상황을 던져두고 애드리브로 흘러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아닙니다. 감독님의 머리에는 이미 다 들어 있고, 배우들은 당일 나온 대본대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해야 해요. 한 번에 이어서 촬영하니까 작은 실수도 있으면 안 되죠. 그 집중력과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김태우 "캐릭터 구축 같은 건 없었죠"
내용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출연진의 면면도 고사 날에야 알았다는 그는 이 영화에 그는 '노 개런티'로 기꺼이 출연했다.

이는 물론 홍 감독에 대한 신뢰와 믿음 때문이다.

"'어떤 감독과 일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홍상수 감독이라고 답할 정도로 감독님의 영화를 예전부터 좋아했다"는 그는 "좋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고 작업 과정의 재미와 신선함도 있다. 이번에는 한 영화에서 여러 다양한 배우를 만나게 된 것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굳이 '작가주의' 영화 운운하지 않고도 쉽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로 꼽힌다.

김태우를 비롯해 고현정, 엄지원, 공형진, 유준상, 하정우 등 화려한 출연진도 볼거리다.

김태우도 "감독님의 영화가 어렵다고도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재미있는 영화"라며 "특히 이번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는 선입견 없이 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13일 개막되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다.

영화 속에서 제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받는 구경남 역의 김태우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이어 홍 감독과 함께 주연배우로 또 한 번 칸에 가게 됐다.

"상이나 영화제는 보너스일 뿐이지만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 가게 됐는데 감사하고 기쁘죠. 배우가 연기 잘한다고 영화제에 모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는 아주 신나죠. 구경남처럼 다녀오려고요."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