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혈우병 치료용 바이오 의약품으로 연간 4조원에 달하는 세계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녹십자(대표 허재회)는 최근 이란 보건성으로부터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생산한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 대해 제품공급 승인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올해 말까지 1차로 420만달러어치의 그린진을 이란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제약업체 중에서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대량 생산한 혈우병 치료제를 해외에 파는 것은 녹십자가 처음이다.

그린진은 피를 응고시키는 생체 단백질이 주성분으로,동물세포인 차이니즈 햄스터 난소세포에 사람의 혈액응고 단백질 생산 유전자를 넣은 뒤 대량 증식시키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회사 관계자는 "혈우병 환자의 몸 속에 그린진을 주입하면 환자 몸 안팎에서 출혈이 발생할 경우 피를 응고시켜 출혈이 멎게 된다"고 설명했다. 혈우병 환자는 유전적 원인으로 피를 응고시키는 물질이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타인의 혈액에서 추출한 응고인자나 그린진 같은 합성 응고인자를 정기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녹십자는 1996년 그린진 개발에 착수한 뒤 와이어스,박스터,바이엘 등 해외 제약업체들에 이어 2002년 세계 네 번째로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고순도 혈우병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6년 동안 그린진의 순도 및 생산효율을 향상시키고 안전성을 검증한 끝에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국내 판매승인을 따냈다. 회사는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도 그린진을 공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순도나 가격 등의 측면에서 해외 제품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추가 수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특히 그린진의 핵심성분인 단백질 인자를 결정질화하는 데 성공,세계에서 처음으로 결합구조까지 밝혀냈다는 점이 이번 수출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혈액응고 인자 단백질의 3차구조 규명은 고순도를 확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국내 시장에 그린진을 출시한 뒤 향후 10년 내에 세계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전 세계 혈우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으로,녹십자가 개발한 유전자 재조합 제품류가 2조7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나머지는 혈액에서 빼낸 응고인자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제약업계에선 원료 확보에 한계가 있는 혈액추출 응고인자 제품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안전하고 양산비용이 싼 유전자 재조합 방식 생산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