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상속 · 증여세율을 현행(10~50%)의 절반 수준(7~34%)으로 인하하는 상속 · 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계류된 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고객들과 상담하면서 증여시점을 세법 개정 후로 연기하라고 권유했다. 그런데도 증여를 강행했던 고민중씨(가명 · 67)는 최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2007년 가을 국내 주식형 펀드에 2억원을 투자했지만 펀드 손실이 45%에 달하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상속 플랜에 관심이 많던 그는 아들인 고마워씨(가명 · 35)에게 지난해 11월 펀드를 증여하기로 결정하고 올 2월 증여세 신고를 끝마쳤다.

증여 당시 펀드의 기준가격(시가)은 1억1000만원.이에 따라 증여세 720만원[(1억1000만원-3000만원)×10%(증여세율)×90%(신고세액공제 감안)]을 납부했다.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펀드의 시가도 30% 이상 올랐다. 이미 증여세 납부액 이상의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증여시점을 앞당기는 효과도 얻었다.

10년 합산과세란 증여받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동일한 증여자가 증여할 경우 합산하여 과세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한다면 꼭 증여세율이 인하된 이후로 증여시점을 늦출 필요는 없다. 시기만 저울질하다가 저평가된 자산의 증여 시점을 놓치고 자산 가치가 다시 올라가면 가치증가분만큼 추가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씨의 경우 이미 작년에 증여를 시작했기 때문에 증여세율이 10년 이내에 인하된다면 추가로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만약 고씨가 증여세율이 7~34%로 인하된 후 추가로 4억6000만원 정도를 증여한다면 이에 대한 증여세는 4140만원이다. 이 때 이전에 높은 세율로 납부했던 720만원의 증여세는 전액 기납부세액으로 공제를 받아 높은세율과 낮은세율의 차이만큼 증여세를 환급받는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기납부세액공제는 공제한도가 있어서 개정 전 증여액과 개정 후 증여액의 크기에 따라 기납부세액 공제액은 달라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