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한 곳에서만 판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⑪ 시장의 종류 <上>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시장
지난 번까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중심으로 해서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나 그에 수반되는 여러 경제 현상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그릴 줄 알면 어지간한 경제학적 원리는 모두 추론해낼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경제를 배우는 처음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에서 배우는 시장원리는 바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원리가 현실 시장에서 100%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시장 원리는 경제학자들이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이념형 시장을 전제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시장만을 알아서는 안 된다.

현실의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이라기 보다는 불완전경쟁시장이 대부분이고,이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변수를 어떻게 고려하느냐에 따라 경제 현상에 대한 예측의 정확도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시장을 분류하는 기준은 공급자의 수,상품의 질,진입장벽의 존재 등이다.

완벽한 시장원리가 구현되는 완전경쟁시장은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만 성립된다.

일단 공급자의 수가 많아야 한다.

여기서 많다는 의미는 여러 공급자 중 하나인 개별 기업이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완전경쟁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게 되면 그 기업은 공급하려는 상품의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무수한 공급자와 수요자들 사이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설정되어 있다면,이것을 특정 사업자가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품의 질을 좋게 하여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완전경쟁시장에는 모든 상품의 질이 동일하여 오로지 가격 경쟁만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전제가 있다.

따라서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상품의 질에 따른 가격 차이도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여 계속적인 경쟁 구도를 유지한다.

이러한 경쟁으로 인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 사회적으로 최적의 효율이 나타나는 지점에서 균형 가격과 균형 거래량이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에 모든 거래자,그중에서도 수요자가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전제가 있다.

만약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를 갖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효율적인 시장 가격은 형성될 수가 없게 된다.

가끔 합리적인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일반적으로 사회과학에서는 그런 행동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학은 예측이 불가능한 현상을 탐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최적의 선택을 가져오는 균형점이 형성되는 것은 모두가 수치적 합리성으로 무장한 시장 참여자를 전제하여 성립되는 가상의 현실이다.

이렇게 보면 현실에서 완전경쟁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쌀 시장이 비교적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고 하지만 경기미니, 이천 쌀이니 하면서 쌀도 지역특산물이 되면서 이에 따른 품질 차이가 있고,오늘 날은 유기농 산업이 발달하면서 소비자의 선호에 따른 농산물의 질적 차이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현실에서 완전경쟁시장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우리가 이에 기반한 시장원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자연과학자들이 현실의 일상 공간에서 실험하지 않고,모든 조건과 변수를 통제한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이유와 같다.

조건을 통제하지 않은 자연과학 실험은 절대로 현실에서 동일한 측정치를 얻어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실 실험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를 통해 기본적인 원리나 법칙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예외가 많이 발생하더라도 기본적인 경제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서 완전경쟁시장을 전제한 수학적 사고실험을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현실의 시장은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불완전경쟁시장이다.

불완전경쟁시장 중에서도 완전경쟁시장과 반대편 극에 있는 시장이 독점시장이다.

완벽한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단 하나의 공급자가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 상품을 공급하고 있을 때 이를 독점시장이라고 한다.

완전경쟁시장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듯이 독점시장도 현실에서 찾아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다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를 중심으로 하는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이 독점시장에 가까운 형태이다.

리눅스와 같은 경쟁 제품이 존재하고 맥 컴퓨터와 같은 대체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현실의 일반 소비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완벽한 독점시장이라고 하면 공기업이 공급하고 있는 전력과 가스,상하수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상품들은 모두 공공성이 높고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그동안 정부에 의한 독점적 공급이 이뤄졌다.

오늘날은 이런 사업들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민간 기업에 의한 운영이 가능해져서 공기업을 민영화하여 경쟁 구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완전경쟁시장이 경제학에서 이상적인 시장 형태로 보기 때문에,사회적 후생의 관점에서 독점시장은 바람직한 시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독점기업이 유일한 공급자라는 것을 무기로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실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완전경쟁시장에 비해서는 사회적 후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완전경쟁시장을 완벽히 구현하기는 어려워도 이에 가깝게 시장이 운영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다.

법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독점을 규제한다는 것인데,경쟁이 활성화되어 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사회적 후생이 높아지기 때문에 만들어진 법률이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마이크로소프트사도 미국의 반독점법에 의해 제소되어 재판을 받은 바가 있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 대하여 정부가 사회적 후생을 높이기 위한 규제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점시장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마음대로 가격을 조절할 수는 없다.

만약 소비자의 구매력을 무시하고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기업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독점기업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와의 경쟁이 존재하고 이 속에서 시장원리가 어느 정도는 작동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형성된 균형 가격은 사회적 최적 효율보다는 독점기업의 최대 이익이 나타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때로는 독점기업이 이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소비자 유형에 따라 다른 가격을 받는 가격차별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면서 학생들에게는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격을 깎아주니 손해일 것 같지만,구매력이 약한 학생들에게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를 유도하면서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고도의 판매 전략인 셈이다.

지금까지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시장의 특성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 시장들은 현실에서 그리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시장의 형태는 아니다.

다음에는 현실에서 많이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는 과점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전대원 하남 신장고 교사 amhare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