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럭셔리(작은 사치품) 붐에 편승해 면세점들이 '시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원화 약세로 일본,중국 관광객의 구매력이 커진 데다 국내 소비자들의 시계 선호도도 높아짐에 따라 면세점들이 앞다퉈 시계 매장을 확장하고 초고가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부터 시계 상품군을 강화하고 부티크 매장을 입점시키는 등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브레게','블랑팡','오데마 피게','프레드릭 콘스탄트' 등 8개 럭셔리 브랜드를 들여온 데 이어 올 2월 '엘리쎄','데니쉬 디자인' 등을 들여와 총 49개의 시계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또 다음 달까지 순차적으로 '모브쌩','오리스'와 '게스 컬렉션' 독립 매장을 입점시킨다.

박성희 워커힐면세점 과장은 "지난해 시계 매출은 전년보다 53.7%나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시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18.6%에서 지난해 27.6%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라호텔 내 신라면세점도 30대 남성 명품족을 겨냥해 지난달 24일 시계매장을 대폭 확대했다.

최근 1억1300만원짜리 시계를 선보여 화제가 된 'IWC'와 스웨덴 · 모나코 왕족들이 즐겨 차 '왕들의 시계'로도 불리는 '위블로'를 입점시키고,편집숍에 있던 롤렉스를 독립 매장으로 확대했다. 롤렉스 매장은 '밀가우스' 라인을 비롯해 총 150여가지 제품을 판매한다. 롤렉스는 롯데면세점 잠실점에도 독립 매장을 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내 AK면세점은 지난해 12월 기존에 개별 진열대에서 판매하던 시계 브랜드들을 한데 모은 워치존 '뚜르 데 몽뜨르'(Tour des Montres · 시계로의 여행)를 열었다. 매장 규모는 82.6㎡(25평)로 '피아제','파텍 필립' 등 기존 35개 브랜드에 '오데마 피게','브라이틀링' 등 5개 브랜드를 추가해 총 40개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황재호 AK면세점 팀장은 "'스몰 럭셔리붐'을 타고 불황에도 시계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시계는 매장 면적 대비 매출 효율이 가장 높은 상품인 만큼 면세점들의 시계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