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부터 항암효과가 인정된 버섯추출물들이 암 환자를 위한 면역치료제로 일본 한국 중국 등에서 개발돼왔다. 그 중에서도 일본에서 개발된 하나비라다케(꽃송이버섯) 추출물은 항암 성분인 '베타1-3D글루칸'이 고농도 함유돼 있어 백혈구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면역력 및 암세포 퇴치능력이 월등히 좋은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노 나오히토 일본 도쿄대 약대 교수는 지난달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지난 10여년간의 연구 결과를 총정리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암세포를 쥐에 주사한 뒤 베타1-3D글루칸을 복강에 투여한 경우엔 모든 쥐에서 암세포 증식이 억제된 반면 베타1-3D글루칸을 투여하지 않은 쥐는 자기 체중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g까지 암세포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 환자를 대상으로 백혈구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사이클로포스파미드'항암제를 주사했더니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작용이 있는 자연살해(NK)세포의 혈액1㎣당 림프구수(정상치는 5000~1만개)는 5일 후 1600개에서 7일에는 1300개로 감소한 반면 꽃송이버섯에서 추출한 베타1-3D글루칸 추출액을 투여하면 NK세포가 투여 전 2200개에서 8800개로 증가했다.

일본 요시다병원에서 혈액에서 임파구와 NK를 분리해 증식시킨 후 다시 환자 체내로 주사하는 면역요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보조제로 베타1-3D글루칸이 고순도로 함유된 'MH-3'(일본 바이오벤처기업인 미나헬스의 제품)을 투여한 결과 암의 진행이 40% 이상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위 대장 간 폐 유방 자궁암의 진행성 또는 말기암 환자 14명(남성 4명,여성 10명,44~75세)으로 하루에 'MH-3'을 300㎎씩 6개월간 섭취했고 그 결과 암이 50% 이상 축소된 사람은 9명이나 됐다.

이 같은 항암효과의 열쇠는 베타1-3D글루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글루칸은 식물과 균류에 함유돼 있는 다당류로 가수분해가 되는 알파형과 그렇지 않은 베타형으로 구분된다. 알파형은 항암작용이 없고 베타형은 당류의 결합에 따라 베타1-3,베타1-4,베타1-6 등으로 나뉘는데 베타1-3D글루칸이 강력한 항암작용을 발휘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베타1-3D글루칸은 마크로파지(대식세포:이물질을 포식)와 수지상세포(T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지령),NK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동안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다가 베타1-3D글루칸이 덱틴-1(Dectin-1) 수용체에 결합해 마크로파지와 수지상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T-세포의 기능을 올리고,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사이토카인(세포자살인자 및 종양괴사인자 등)의 생합성이 늘어나 항암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 규명됐다. 이 연구 결과는 2007년 1월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면역학'에 실렸다.

암 환자의 경우 덱틴-1 수용체 기능이 저하돼 있고 소화관 장벽에 존재하는 덱틴의 양도 줄어들어 있다. 이에 따라 GMCSF(과립구-대식세포 콜로니 자극인자)처럼 골수에서 백혈구를 만드는 인자의 기능도 떨어져 있다. 따라서 베타1-3D글루칸으로 백혈구 기능과 장내 덱틴의 양을 올려줄 필요성이 있다.

꽃송이버섯은 베타1-3D글루칸의 함량이 가장 높은 버섯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생버섯을 그대로 식용하면 베타1-3D글루칸이 버섯 조직에 묶여있어 용출량이 적고 불순물이 많기 때문에 특수한 방법으로 가공 추출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대표적인 제품이 MH-3으로 국내서는 메디썬트(대표 양동근)가 독점 수입하고 있으며 안양샘병원 등에 공급해 암 환자 치료에 투여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