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주식거래세를 피하고 있다는 건 증시에서 알 만한 '선수'들은 다 압니다. 그렇지만 이 펀드에 세금을 부과하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줄어 우리 증시를 멀리 할 우려도 있으니 난감한 일이에요. "

국내 유력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외국인들이 ETF 환매(헤지)를 통해 사실상 세금없이 주식을 팔고 있는 데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과세의 형평성에는 맞지 않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공매도가 금지돼 주식투자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가 마땅치 않은 외국인들의 입장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증시의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주식 거래세는 살 때는 면제되고 팔 때만 부과된다. 그렇지만 펀드는 예외적으로 환매할 때도 세금이 면제된다. ETF도 펀드인 만큼 당연히 비과세된다.

문제는 외국인이 수십개의 우량기업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한 뒤 자산운용사에 의뢰해 ETF로 만든 다음 이를 환매하는 방식으로 세금없이 투자차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펀드를 만들려면 대량의 주식이 필요해 개인투자자들은 이 방식을 이용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외국인들이 사실상 비과세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달 15일부터 보름 남짓 동안 ETF에서 빠져나간 8000억원은 대부분 외국인들의 자금으로 알려져 있다.

이 펀드를 취급하는 자산운용사와 주식매매를 중개하는 증권사들 모두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쉬쉬'하는 분위기다. 우리 금융당국이 ETF 비과세에 제동을 걸면 자칫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금융당국 역시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어렵사리 통화할 수 있었던 한 실무 책임자는 "비과세 문제는 국세청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면서 사견임을 전제, "시장 흐름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공매도와는 성격이 다른 만큼 규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냐"고 언급했다.

지금은 외국인들이 ETF 환매보다 훨씬 많이 주식을 사고 있지만, 장차 이 펀드 환매가 더 늘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외국인 투자 유치와 비과세 논란 사이에서 어떤 절충점을 찾아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