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이 한 때 모든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을 물으면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대답이 제일 많이 나오기도 했다. 요즘에는 연예인이나 의사 등이 되고 싶다는 대답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실리를 앞세우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겠지만,대통령 직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부패 스캔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대통령 직 자체만을 보면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다. 보통 직업을 평가할 때 보수나 안정성,영향력 등을 고려한다. 보수나 안정성 면에서 보면 대통령 직은 아주 뛰어난 자리는 아니다. 비록 연봉이 2억원이 넘고 거기에 훨씬 많은 활동비를 받지만 이보다 좋은 대우를 받는 자리는 적지 않다. 또한 대기업의 CEO는 정년이 없지만 대통령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5년이 지나면 그만 두어야 한다. 물론 대통령직의 사회적 영향력은 어느 자리보다 크다. 최근 들어 대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 직은 사회적 영향력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을 그만둔 후 강연 등을 통해 얻게 되는 수입 등도 이러한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한편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 데 따라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선거에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때에 따라서는 생명의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정치적 반대만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물론 친인척들의 사생활이 희생된다.

결국 사회적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어찌 보면 대통령 직은 얻는 것에 비하여 잃는 게 많은 자리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의 발전을 위한 사회적 영향력의 행사에 보람을 느끼는 인물들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영향력이란 때에 따라서는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 대통령의 사회적 영향력이 클수록 이를 이용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갈등이 치열해지고 이로 인해 국정의 혼란이 초래되기도 한다. 가치의 경쟁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하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부담스러울 정도다.

사회적 영향력이 초래하는 또 다른 위험은 부패의 가능성이다.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개인이나 집단이 대통령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계하더라도 이들을 막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도덕적' 가치를 중시한 대통령이더라도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대통령 주변에서 스캔들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식인들마저도 정치적 쟁점에 휘말린 문제에서는 합리적 대화를 하기 쉽지 않다. 또한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로 인한 국민들의 실망으로 국정수행에 필요한 정당한 권위마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자원배분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회적 영향력을 중시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한 정치적 갈등이나 부패를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국민적 합의과정이나 엄격한 법집행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총리나 국회 등에 분산시키고 감세를 통해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쉽지 않다. 대통령 직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이란 퇴임 후에도 중요한 자산이다. 이러한 자산이 퇴임 후에 쓸모가 없게 되면 개인적 손실일 뿐 아니라 사회적 낭비다. 이제는 '성공한' 대통령뿐 아니라 '성공한' 전직 대통령도 필요한 때가 되었다.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며 국민통합에 힘쓰는 전직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