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이 1일 GM대우차의 지배구조 변화를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서,GM대우 처리방향을 놓고 GM과 산업은행 간 줄다리기가 또 다시 시작됐다. 산은이 GM대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GM대우 지분 매각여부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이 회사 생존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GM,"대우차 지분 현재로선 안 판다"

라일리 사장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GM대우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그렇지 않을 경우 지배구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언론을 통해 GM대우의 일부 지분 이전을 요청한 데 대해 일단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다만 라일리 사장은 이번 주 초 산은이 모종의 제안을 해왔고,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라일리 사장은 GM대우가 갖고 있는 연구개발(R&D) 능력과 전문성을 본사가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면서 GM대우가 향후 GM의 핵심사업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일리 사장의 발언은 글로벌 소형차 개발 및 생산 부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GM대우의 대주주 위치를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한국 정부 및 산은의 자금지원을 끌어내 시간을 벌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그는 산업은행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에 대해 "1조원이라는 액수는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도 "요청 자금은 향후 2년을 지속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그 이상의 지원은 필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산은,"추가 지분 확보할 것"

산은은 GM대우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GM대우의 지분구조는 GM 본사 48.19%,GM AP 2.7%,스즈키 1.24%,상하이자동차 9.89%,산은 27.98% 등이다. GM그룹 지분이 51%에 달한다. 스즈키 및 상하이차는 GM과 지분구조상 직접 관련이 없다.

산은은 약 28%인 지분을 늘려 최소 33% 이상을 갖는 게 목표다. GM 본사가 대우차에 대한 독단적 결의를 할 수 없도록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며,이를 위해 전체 3분의 1 이상의 지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산은 관계자는 "GM대우가 천문학적인 선물환 손실을 입으면서도 외부 견제를 받지 않았던 것은 지배구조가 획일화됐기 때문"이라며 "GM대우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추가 지분 인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추가지분 인수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더라도,GM 본사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확약을 받을 계획이다. 인수대금이 GM대우 회생을 위한 자금으로 쓰이도록 GM 측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또 일부 사내외 이사를 파견해 GM대우 경영을 상시 감시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GM 본사 및 GM대우의 유동성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만큼,GM이 결국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GM대우로선 신규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선,생존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GM의 처리방향을 결정하는 이달 말께 GM대우의 지배구조 변화를 포함한 대책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라일리 사장은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를 출발해 이날 새벽 서울에 도착,GM대우 특별이사회에 참석해 선물환 만기 연장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2001년 한국에 부임해 대우차 인수과정을 총괄했으며,2002년 10월 GM대우 출범과 함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었다. 라일리 사장은 이날 오후 늦게 아태지역본부가 있는 중국 상하이로 돌아갔다.

조재길/이심기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