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부임한 임인배 사장(54)은 3선(15~17대) 의원 출신이다. 12년 동안 국회의원으로서 공기업을 감사하던 자리에 있던 이가 지금은 피감기관의 장이 된 것이다.

임 사장은 "한식구가 되고 보니 방만 경영이나 비효율성 등과 같은 공기업에 대한 세간의 평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한다. 처음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예산규모나 임금,근무환경 등을 듣고서는 "신이 내린 직장이 아니라 신이 버린 직장"이라고까지 했다.

본사를 비롯해 13개 지역본부,52개 지사 등에 2800명이 근무하고 있는 전기안전공사는 한마디로 전기의 안전한 사용을 책임지는 종합병원이다. 사람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한국전력공사를 찾지만 정작 달려오는 이는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다. 한전이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회사라면 전기안전공사는 전기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책임진다. 임 사장은 "일반적으로 전기안전공사를 한전의 자회사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전기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이곳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방만한 경영과 직원들의 안이한 태도로 지적받아온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취임하자마자 공격적인 경영에 돌입했다. 전기안전공사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익 개선을 위해 해외사업도 시작했다.

임 사장은 "취임 후 전기안전 검사 등 공사의 주특기를 살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동남아시아 현지 공장에 대한 전기안전진단 업무를 수행했다"며 "최근엔 베트남 국영전력회사에 전기안전 기술을 전해주는 등 해외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신(新)성장동력으로 키워 자본 잠식 상태의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약 4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공사는 올해 해외 첫 사업을 통해 2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게다가 지난해 197억원의 당기순이익 시현 및 자산재평가 등을 통해 총 449억원의 흑자를 일궈냄으로써 고질적인 재무구조를 해소하는 데 탄력을 받았다.

효율적인 인력 활용을 위한 방안도 세워놨다. 이미 정부권장정책인 '대부제(大部制)'를 도입해 본사조직을 22개 팀제에서 10개 단위조직을 폐지하고 12개 처 · 실제로 전환했다. 또 사업기능 및 기구조정 등을 통해 올 연말까지 2720명으로 총 156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근무태도 불량 등 근무성적 하위 3% 직원들은 3개월간 교육 및 평가를 한 뒤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즉시 퇴출시킬 계획이다.

임 사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 부실 및 허위점검 사례를 감봉 정도의 징계로 덮어둔 관행을 타파하는 차원에서 동일 사례가 발생하면 즉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사장이 최근 도입한 '1초 경영'이라는 개념도 공기업들 사이에 화제다. 각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만든 '1초 경영'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1초라도 빨리 제공하자는 것.전기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사고 현장에 지체없이 출동해 복구하는 등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1초라도 빨리 제공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잡셰어링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올해 채용한 신입직원 72명도 원래 예정인원보다 27명 많은 수준이다. 당초 전기안전 관리업무를 위한 최소 필요인력 충원에 나섰다가 서류마감 결과 233 대 1의 경쟁률을 보이자 신입 초임을 최고 15%까지 삭감함으로써 채용규모를 대폭 늘린 것.

저소득층의 안전에 대한 공사의 노력은 더욱 돋보인다. 올해부터는 서민생활 안전 확보를 위해 '전기 119제도'인 스피드콜 제도 수혜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재래시장 전기설비 개선을 위해 공사에서 100% 재원을 마련해 개보수를 실시하고 영세상인과 시장을 이용하는 국민의 인명 및 재산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영 · 유아 보육설비의 부적합 전기설비 개선 과 돈사 및 우사를 비롯해 농어촌 독거노인 전기설비 개보수 등도 발빠르게 실천하고 있다.

임 사장은 "앞으로 선진국을 가늠하는 잣대는 국민 소득보다 안전과 환경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전기안전공사를 임기 내 세계 최고의 전기안전 전문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전기안전에 관한 한 국제적인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