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농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 잇따랐다.

해외 각지에서 국내 농산물을 수입하려는 '러브콜'이 쏟아진 것.4월에만 대규모 수출계약 두 건이 체결됐다.

24일에는 말레이시아 최대 유통그룹인 GCH리테일이 복분자주 쌀과자 파프리카 등 한국산 농산품 150가지를 공급받기로 했고,28일에는 강원도 홍천의 한 농업법인이 오는 9월까지 일본에 48t 규모의 아스파라거스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들 계약을 성사시킨 곳은 바로 농수산물유통공사(aT · 사장 윤장배)다. 1967년 설립돼 올해로 42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aT는 국내에서의 농수산물 유통은 물론 해외시장에 우리 농산물을 수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수출 농업의 견인차

aT는 지난해 '3기 경영'을 선언했다. 2기 경영이 농수산물 유통 및 수출고도화였다면 3기 경영의 핵심은 농수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aT는 전략과제를 설정했다.

첫째는 농식품산업육성 전문기관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기존의 유통업무 외에 2012년까지 식품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개발,1만2000명의 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한식세계화에 필요한 인력 및 컨설팅 역량도 강화하기로 했다. aT는 일식 · 중식처럼 한식도 글로벌 톱 음식 브랜드로 키워내기 위해 2012년까지 해외 각지에 퍼져있는 한식당 가운데 200개를 선정,우수인증 업소로 육성하기로 했다. 또 한식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2012년까지 한식 전문인력 300명을 키우기로 했다.

둘째로 정부가 2012년까지 목표로 정한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위한 측면지원을 하는 것이다. aT는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위해 2012년까지 연 매출 1억달러 이상을 올릴 수 있는 수출명품 15개를 중점 육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aT는 올해 10월부터 농수산물 분야의 B2B(기업 간 거래)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12년까지 B2B거래액을 50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미래성장동력의 하나로 화훼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공기업 개혁도 솔선수범

aT는 이 같은 3기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직제개편을 통해서는 유사조직 통 · 폐합,경쟁력 상실부서 폐지 등을 통해 66개 팀 가운데 10개를 줄였다. 지난 3월에는 기존 인력과 조직을 줄이는 경영효율화 작업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11개인 해외 지사를 9곳으로 줄였고 정원도 605명에서 541명으로 감축했다.

인사제도도 확 바꿨다. 그동안의 관행상 1급 자리 7곳에 2급 직원을 승진 · 배치하는가 하면 2급 직위 18개에는 3급 직원을 앉혔다. 경쟁이 없는 공기업 특유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잡 마켓(job-market)'이란 직원 퇴출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2급 이상 고위직 간부와 3급 이하 평직원 중에서 보직을 받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직무능력 교육 등을 실시,성적이 부진할 경우 퇴출시키는 제도다. aT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전체 정원의 5%인 31명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7명을 퇴출시켰다.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도 적극적이다. 올해 초 임원은 6%,간부직원은 4~5%씩 급여를 자진 반납했다. 또 2751만원이던 대졸 신입사원 초임도 2372만원으로 13.8%를 깎았다. aT는 이 같은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해 얻은 재원으로 당초 30명을 뽑을 예정이던 청년인턴을 46명까지 늘렸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