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9 재보선에서 민주당 수도권 승리의 결정적 공신으로 꼽히는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사진)가 29일 강원도 춘천으로 돌아갔다. 평당원 신분으로 산에서 내려와 선거 지원에 나설 때처럼 돌아가는 길도 조용했다. 지난해 7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정치적 칩거를 하고 있던 손 전 대표는 부평을 선거전에 비상이 걸린 정세균 대표의 지원 요청을 받고 지난 19일부터 부평을에 출전했다.

평당원으로 돕겠다고 나선 그는 대중연설을 일절 피하고 골목길에서 직접 유권자를 만나는 발품선거운동을 펼쳤다. 만나는 유권자마다 손을 잡고 "제가 왜 산에서 나왔는지 아시죠? 한번 도와주세요"라며 홍영표 후보 지원유세에 발벗고 나섰다. 많은 날은 하루에 악수를 나눈 유권자가 2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사실상 백의종군하며 낮은 포복자세를 보이는 그에게 손일병이라는 새 별명까지 생겼다.

특히 손 전 대표는 민주당이 당초 열세를 예상했던 시흥시장 선거를 뒤집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사실상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 승리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시흥이 고향인 손 전 대표는 절친한 친구였던 고 제정구 의원 비서 출신인 김윤식 후보 지원을 위해 선거 막판 꼬박 사흘동안 시흥에 매달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기간 내내 열세에도 불구하고 투표 당일 민주당 후보가 2%라는 아슬아슬한 표차로 승리한 데는 손 전 대표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정계 복귀를 묻는 질문에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은 채 그는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부름을 받고 뛰쳐나와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의 당내 입지는 한층 넓어졌다. 당 안팎에서는 손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당의 요청을 받는 형태로 10월 재보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