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방한 관광객 통계에 큰 변화가 감지됐다.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13.3% 늘어난 것.월별 일본인 관광객 수는 잘해야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렀던 터라 11월의 두 자릿수 성장은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환호하기에는 조금 일렀다. 11월의 성장률은 12월과 그 이후의 성장폭을 보면 새발의 피였다. 12월 한 달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51.7%나 늘었고, 해가 바뀐 올 1월에는 무려 72.1%의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2,3월에도 이어져 성장률이 각각 50% 선을 웃돌았다.

일본인 관광객이 요 몇 달 새 확 증가한 이유는 명확하다. '환율효과'가 결정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엔화가치가 치솟으면서 일본인의 한국 여행경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가까운 데다 쇼핑환경도 좋은 서울에서 명품쇼핑 하나 잘하면 여행경비를 뽑고도 남는 상황이니 명동에 일본인들이 몰려드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의 역할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환율상승에 앞선 선제적 홍보마케팅으로 일본인의 방한러시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광공사는 환율이 급등세를 타기 전인 지난해 9월 일본과 중화권시장을 겨냥한 긴급대책을 수립하고, 10월부터 전격적인 환율 캠페인을 펼쳤다. '가격 절반,기쁨 두 배'란 직설적인 메시지로 쇼핑관광 욕구를 자극한 것.이에 앞서 한 · 일 두 나라 톱스타가 스캔들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캠페인 광고로 일본 내 가상공간을 뜨겁게 달구며 한국관광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심정보 홍보실장은 "마케팅 차별화는 공사의 경험과 역량이 집약된 부분"이라며 "관광마케팅 분야에서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관광공사는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창의성 전문성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관광환경개선''창의적 상품개발' 그리고 '글로벌 수준의 홍보마케팅'을 외부 역점사업으로 지속 추진해왔다.

창의적 상품개발에도 역량을 집중시켰다. 주력시장인 일본과 중국관광객에게 제값을 받는 게 관건으로 '싸구려 패키지'가 아닌 명품 여행상품 개발에 나섰다. 일본인 실버층을 대상으로 한 '33개 관음성지 순례상품'이 그 중 하나. 중국 부유층을 겨냥한 고가상품도 선보였다. 효과는 뚜렷했다. 한국관광에 평균 4만4900엔을 사용하던 일본인 관광객이 관음성지 순례에선 5.5배나 많은 26만6000엔을 쓰면서도 만족했다는 것.의료+관광,영상+관광 등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관광과 접목한 융복합 상품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의 국제의료관광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의료관광의 해외 홍보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중앙아시아와 북유럽시장도 의료관광 범주에 넣어 특화상품으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에만 있는 관광자원인 DMZ,템플스테이 등의 관광상품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관광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마이스(MICE)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관광환경개선 활동도 역점사업이다. 우수 중저가 숙박시설을 인증하는 '굿스테이'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지난해 말 현재 165개소를 인증업소로 선정,마케팅 지원을 하고 있다. 굿스테이 인증업소는 일반 숙박업소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평을 듣고 있다. 중저가 관광호텔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한 '베니키아'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공사는 또 '열린 경영''네트워크 경영''신바람 경영'을 축으로 조직 역량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경기관광공사 등 대외기관과의 인적교류를 확대하고,블라디보스토크지사장에는 외부 민간전문가를 채용하기도 했다.

지방관광공사 사장단협의회를 신설해 11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등 네트워크 경영에도 공을 들여왔다. 고객만족경영의 일환으로 고객의 소리(VOC) 통합관리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온라인 문의 처리속도가 종전 80분대에서 60분대로 대폭 단축됐으며, 공기업 고객만족도 역시 최고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