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의 연구논문 조작 사건으로 중단됐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수립에 관한 연구가 3년 만에 재개된다. 작년 3월과 지난 2월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차병원의 연구계획서가 29일 '3수(修)'만에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로써 2005년 11월 MBC 'PD수첩' 보도로 불거진 황우석사태 이후 침체기를 걸었던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차병원 외에도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팀 등 7개 연구기관이 보건복지가족부에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기관으로 등록했고 이들 기관도 곧 연구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어서 국내 과학자 간에 연구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9일 차병원(연구책임자 정형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사장 겸 CHA의과학대 교수 · 사진)의 연구계획을 승인하는 전제조건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에 대한 과도한 치료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하고,연구기관 내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에 생명윤리전문가를 보강하며,인간 난자 사용량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난자 사용과 관련,당초 차병원은 냉동 잉여 난자 600개와 폐기 대상 난자 400개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생명윤리위의 지적을 수용해 100개씩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석 박사가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각각 242개와 185개의 난자를 사용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는 2221개의 난자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논란이 됐던 것을 감안한 조치다.

생명윤리 저촉을 우려하는 종교 · 윤리학계의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음에도 이번에 연구 허용 결정이 내려진 것은 황우석사태 이후 나타난 연구 공백이 지속될 경우 그동안 세계적 수준으로 닦아 놓은 줄기세포 연구 기반이 붕괴되면서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장병 파킨슨병 뇌졸중 척수손상 당뇨병 등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등장하면 전 세계에서 연간 수백억달러의 시장이 열리는 데다 국내 시장의 10%만 점유해도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가 상업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향후 연구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걸림돌이 적지 않다.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체세포 복제 방식은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뽑는 방식에 비해 생명윤리를 덜 침해하는 측면이 있지만 인간복제가 가능하다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체세포 복제 방식은 그동안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던 데다 황우석사태의 영향으로 연구의 '투명성'과 '재현성'을 검증하라는 요구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정형민 사장은 "보건복지부 승인이 나는대로 생명윤리위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준수해 이르면 5월 중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신선한 난자를 주로 쓴 황우석 박사의 연구와 달리 800개의 냉동 또는 불완전 난자만을 사용해 성공시킬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이 크지만 그동안 축적한 체세포 복제 관련 기반 기술을 갖고 1년 안에 한 개,3년 안에 두 개 이상의 줄기세포를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