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에서 공채를 거치지 않고 괴짜만 PD로 뽑아 태스크포스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잘 '노는' 사람들을 모아 놓으면 아주 재미있는 오락물을 만들 것 같아서였다. 결과는 대실패.근태 관리가 안 돼 그 팀은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창의적이긴 하지만 수동적이어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런 직원들을 미 카네기멜론대 R E 켈리 교수는 '소외자(alienated follower)'라고 불렀다. 켈리 교수는 소외자를 포함해 직원을 네 부류로 나누면서 '효과적인 추종자'를 최고로,의욕도 생각도 없는 '양떼(sheep)'를 최악으로 꼽았다. 마지막 하나는 창의력은 좀 떨어지지만 적극적인 '예스맨'을 들었다.

소외자나 예스맨은 교육과 훈련을 더 받아야 할 B급 사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굳이 둘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면 누가 더 나을까. 요즘 유행하는 창조경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인지 소외자가 낫다고 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반면 예스맨에 대해서는 '손바닥이나 잘 비비는' 간신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럴까?

상사가 평소 예스맨들에게 듣는 말은 주로 이런 것이다. "제가 할께요!" "일요일이요? 제가 나오죠 뭐." "휴가,천천히 가지요. " "밤에 작업해서 아침에는 보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

반면 소외자들이 하는 말은 전혀 다르다. "우리 회사는 이게 문제예요!" "힘들어 죽겠어요. 일 좀 골고루 나눠주시면 안될까요?" "또 회의예요?"

현대 기업의 성과는 종업원들의 의욕과 사기가 좌우한다. 예스맨은 실력이나 창의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의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회사에 보탬이 되는 아이디어는 자주 못내도 회사의 방침을 일단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성의도 있다. 소외자들은 자신과 맞지 않으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대안은 내놓지 않으면서 비판만 하기도 한다. 예의 방송국은 결국 다시 국어 · 영어 · 상식을 시험과목으로 해서 PD를 뽑았다. 면접에서 각오를 묻자 한결같은 답변이 나왔단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스맨들이 분명 여러가지가 부족하지만,그들의 의욕까지 꺾어서는 안된다. 시키는 것밖에 못하는 것 같이 보여도 바로 그들이 있어 경영자인 당신이 할 일이 있고,그로 인해 빛나는 것이다. 당신이 지시할 때마다 열심히 수첩에 받아적고 있는 그들을 애정으로 다시 보라.평범한 그들이 회사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주인공일지도 모른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