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꿈의 단열소재' 실리카 에어로겔(Silica Aerogel)을 저가의 원료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반도체 · 태양전지 장비 업체 엠파워㈜(대표 임종현 www.em-power.co.kr)는 이달 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부경대학 등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실리카 에어로겔 초단열 분말'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공정기술과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상용화의 길을 열었다고 발표했다.

실리카 에어로겔은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가벼운 고체물질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신소재다. 1997년 지구 역사상 최초로 화성 표면을 탐사한 로봇 '소저너',2000년 미국에서 제조된 1000년 지상 보관용 타임캡슐의 소재가 바로 이것이다.

이 물질은 머리카락 1만분의 1 굵기의 실 형태로 이뤄진 이산화규소(SiO2) 나노구조체가 부직포처럼 성글게 얽혀 이뤄져 있고,전체 부피의 98%를 차지하는 실과 실 사이 공간에는 공기가 들어차 있다. 에어로 겔 500g 정도로 성인 크기의 사람 형태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부피는 매우 크면서 무게가 덜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높은 기공률로 인해 폴리우레탄 등의 유기 단열재보다 두 배 높은 단열 효과를 보이고,방음력과 충격 완화력이 뛰어나며 1700℃의 고온에서도 불에 타지 않는다. 또 지각 구성 광물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져 인체에 무해하고 난연성이 뛰어나며 및 유해가스 배출도 없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석면 및 석면이 포함된 탈크를 대체할 가장 이상적인 물질로 꼽히고 있다. 응용 범위가 넓어 에너지 절약형 건물의 단열재,LNG(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가전제품,화장품,의약품,우주항공 분야 등에서 다양하게 쓸 수 있다.

1931년 미국에서 처음 선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몇 개 회사를 통한 부분적 상용화만 성공했다. 제조 시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리기 때문. 그나마도 제품 가격이 높아 산업화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엠파워㈜의 기술이 개발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일반 상업용 물유리(규산소다용액)를 사용하고,대기압에서 건조하는 상압건조기술을 채택,제조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해 하루 동안 약 200ℓ의 실리카 에어로 겔 분말을 생산할 수 있는 것. '알콕시실란화물'이라는 원료물질을 사용하고,고압반응기로 초임계 건조하는 기존의 제조기술이 완제품을 만드는 데 무려 168시간이나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제조비용 또한 기존 공정비용의 2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원료 가격부터 차이가 크다. 기존 원료인 알콘시실란화물이 1㎏당 약 10만원인 반면,규산소다용액은 1㎏당 267원에 불과하다. 바로 이 점이 에어로 겔 상용화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전체 단위공정을 연속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정설계도 눈길을 끈다. 특히 풀가동 공정이 가능한 유동층 건조공정 설비가 핵심이다.

엠파워㈜는 현재 국내 처음으로 연간 5t의 에어로 겔 분말 시제품 생산설비를 갖추고,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회사 측은 국내에서 저가로 제품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건축 및 산업용 단열재 등 관련 소재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


인터뷰/ 임종현 대표 "80명 직원이 올린 개가에 자부심 느껴"

"실리카 에어로 겔 대량 생산의 기술적ㆍ경제적 제반 문제를 해결한 것은 실로 혁명적인 일입니다. 우리 생활의 전반에서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폭넓은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엠파워㈜의 임종현 대표는 "세계 에어로 겔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했다는 데 자부심이 크다"며 "무엇보다 직원 80명의 작은 기업에서 일군 신화적인 업적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공정개발 성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2005년 설립된 엠파워㈜는 에어로 겔 공정기술 외에 멸균기,탄소나노튜브 등 신소재 산업 부문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하이테크 기업이다. 뛰어난 시장 예측능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석사 이상 출신의 연구 인력들은 이 회사의 소중한 '재산'.

임 대표는 "인력들의 실력이 알려지면서 같이 개발 작업을 하자는 연구소나 대학교들의 제안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연구 성과물은 매년 이 회사를 두 배씩 빠르게 성장시켰다. 올해는 3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임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는 것과 비례해서 직원 복지에 더욱 힘쓸 것"이라며 "향후 더욱 많은 아이템을 개발해 인류 발전 및 사회발전에 공헌을 하고싶다"고 말했다.